-너도 원숭이니???
보홀섬 아니 필리핀의 명물인 타르시어 원숭이를 처음 봤을 때
내가 한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라서 그랬습니다.
이번에 마눌과 함께 다시 찾은 보홀섬에서
마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저게 원숭이야???
'안경원숭이'로 많이 알려진 타르시어 원숭이는 말이 원숭이지
그렇게 부르기에는 왠지 어색한 느낌부터 듭니다.
그도 그럴것이 몸길이가 고작 13㎝에 불과한데다가
그나마 얼굴이 몸의 절반, 또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니가 원숭이면 치와와(개)는 코끼리게.
이 말도 무리가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타르시어 원숭이를 본 사람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작고
그만큼 못생긴 원숭이가 타르시어입니다.
그래도 원숭이 아니랄가봐 재주는 특이합니다.
몸은 손바닥만하지만 긴 꼬리의 힘만으로 5m나 점프할 수 있습니다.
눈이 안경을 쓴 것처럼 크고 튀어나와 있는데
덕분에 물고기처럼 180도를 볼 수 있습니다.
카멜리온을 연상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타르시어 원숭이는 야행성입니다.
낮에는 종일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나 나방 등을 사냥합니다.
손바닥만한게 성질은 까탈스러워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까닭에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명물입니다.
OECD 국가중 우리나라 자살율이 제일 높다고 난리인데-
타르시어 원숭이 자살은 얼마나 되는지- 그 것도 은근히 궁금합니다.
입장료를 내고 기념품 가게를 빠져 나가면
타르시어 원숭이 보호구역으로 들어 가게 됩니다.
원숭이가 워낙 작아 숲속에서 찾기가 힘들거 같지만 의외로 쉽습니다.
왜냐면 원숭이가 숨어 있는 곳 마다 가이드가 서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타르시어 원숭이는 나무에 매달려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잠 없는 놈이 꼭 보이는데-
이 녀석은 평범하게 눈을 뜨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눈알을 부라리는 꼴입니다.
얼굴의 절반, 뇌 보다 큰 눈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성질은 매우 온순한 편입니다.
가까이 다가간다고 해서 얼굴을 할퀴거나 코를 물어 뜯을 염려는 없습니다.
다만 동공이 민감해 사진촬영을 하려면 반드시 플래시를 꺼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을 땐 코를 물어 뜯겨도 할 말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타르시어 원숭이 보호구역에는 현재 1백30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구경할 수 있는 숫자는 열댓마리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들 숲속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소리 지르지 말고-(부부싸움 절대 금지)
사진 촬영시 후레쉬 터트리지 말고-
귀엽다고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여친 손은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가면 됩니다.
보홀 항구에서 초콜릿 힐을 가는 도로 옆에 있습니다. 운전기사가 알아서 찾아 가는 곳이니까 굳이 묻지 않아도 됩니다. 입장료는 1인당 40페소. 타르시어 원숭이 모양의 인형도 이곳에서 살 수 있습니다. 가이드가 즉석 사진도 찍어 주는데 한 장에 1백 페소씩 받습니다. 원숭이 구경 후에는 근처 가게에서 파는 부코주스(코코넛주스) 한 잔씩 마시면 갈증해소에 굿입니다. 찬 것 60 페소, 미적지근한 것 4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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