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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민다나오 우리 집 음식 맛의 비밀은-

by 고향사람 2013. 1. 12.

민다나오 까가얀데오로에는 아우들과 함께 지내는 집이 있습니다.

새로 지은 2층 양옥인지라 깨끗하고 시설 또한 편하게 돼 있습니다.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여자만 들어오면 최고의 궁합이 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이도 좋은 헬퍼가 들어 왔습니다.

 

스무살짜리 아가씨였는데 표정이 밝고 부지런해 우리와 잘 맞았습니다.

한국 스타일 음식 흉내 내는 것은 제수씨가 가르쳐줘 ‘시늉’을 냈는데-

어느 날부터 음식 맛이 확 바뀌어 버렸습니다.

우리들 입맛에 맞춘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무국이나 감자국, 혹은 미역국에 계란국을 끓여도

똑 같은 맛이라는 겁니다.

국 잘 끓이는 피노이 명인?이 탄생한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파 꽁댕이하나 들어 있지 않고

눈먼 멸치나 다시마, 양파 조각하나 찾아 볼 수 없는데도

어찌 구수한 맛을 내는지-

내가 국을 먹을 때 마다 감탄사를 빼 놓지 않자

외사촌 아우가 피식거리며 말합니다.

 

-성. 그거 다 조미료 맛인거 몰라. 재 다른 거 하나도 않너.

그냥 물에 건더기 몇 개 넣고 한국 조미료 듬뿍 넣어서 팔팔 끓이기만 하는거여.

지난 번 내가 소면 국물 만들 때 조미료를 잔뜩 넣으며 말했었거든. 이거 넣으면 음식 맛이 확 달라진다고.

 

안들으니(못들으니)만 못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순간이었나 봅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이날 이후부터는 국물을 마실 때 마다 찜찜한게 기분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이게 조미료 맛이라구.

 

그런것도 모르고 만나는 한국 사람들 앞에서

우리 집 헬퍼를 얼마나 칭찬했는지-

요즘은 은근히 샘통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그려 조미료 맛이면 어떠냐. 필리핀 땅에서 한국 맛 나는 국물 얻어 먹는것도 어딘데-’하면서 자위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음식 맛-

그건 순전히 조미료 맛이었다고 오늘 정식으로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