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만만치 않은 필리핀 생활을 하다보니
어떤 때는 점심 때우기가 곤혹스럽기 조차 합니다.
근처에 있는 졸리비나 깐띤 식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매일 계속해서 먹기는 입맛이 안 따라줍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한국 음식 잘 하는
헬퍼에게 도시락을 싸라고 한 것입니다.
플라스틱 통을 몇 개 사다주고 밥과 반찬을 담아 놓으라고 한 뒤
사무실에 가져와 먹어 보니 근심이 다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라면 한 두 개를 끓여 국 처럼 먹기도 하고
한국 식품점서 사온 만두도 튀겨 먹고
심지어는 냉면도 끓여 먹기 시작했습니다.
점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셈입니다.
헬퍼 역시 도시락 싸는 솜씨가 점점 늘어
김치는 물론 부침개도 반찬으로 내 놓으니-
더군다나 국도 매일 다른 걸로 만들어 담아 줍니다.
이중 인기 있는 것은 된장국과 미역국입니다.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 직영 식당에서 먹는데-
몇 몇은 도시락을 함께 먹기도 합니다.
이 때 미역국이 나오면 너나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내는 소리가
‘버어쓰데이 스프’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뭔 소린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우리 형제들 생일 때마다 미역국을 끓여 먹는 것을
몇 번 본 직원들이 이 국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던 겁니다.
-이건 미역 국이야
그렇게 여러 번을 가르쳐 주다가 지금은 나도 생일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미역국이라는 어감보다는
버어쓰데이 스프라는 표현이 그럴듯 해서입니다.
피노이들도 이해하기 쉽고 말입니다.
오늘도 도시락 통을 열어 보니 미역국이 들어 있었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직원들 불러 세워 버어쓰데이 스프 좀 맛 보라 했더니
서너명이 몰려 옵니다.
그려 미역국이면 어떻고 생일국이면 어떠냐
맛있게 나눠 먹으면 되지-
생일 케익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금상첨화 였겠지만 나름 피노이 직원들과
수다떨며 먹는 점심 맛이 일품입니다.
버어쓰데이 스프-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앞으로는 더 많이 끓여 먹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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