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먹은 음식 중 처음부터 맛났던 게 몇가지 있습니다.
과일중에서는 망고였고 군것질(간식) 거리로는 부코파이였습니다.
이중 마닐라에서 한 시간 거리쯤 떨어져 있는 라구나 깔람바에서 맛 본
부코파이는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날 만큼 내 입에 ‘딱’이었습니다.
갓 구어 내 뜨끈뜨끈한 부코파이를 왼손 오른손으로 바꿔들며
길가에서 허겁지겁 먹는 맛은 경험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합니다.
두툼한 파이 속에는 부코(코코넛 야자)속살이 듬뿍 들어 있는데
바삭한 ‘도우’와 부드러운 부코 속살이 조화를 이뤄 담백한 맛을 더해 줍니다.
이런 맛에 홀린 탓에 마닐라 집에 가면 일부러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부코파이를 사러 깔람바를 찾기도 합니다.
이처럼 부코파이를 좋아하는 내 식성을 어찌 알았는지-
민다나오 까가얀데오로에 있는 내 사무실에 행상이 찾아 왔는데
양 손에 부코파이를 잔뜩 들고 왔습니다.
파이 상자나 모양이 깔람바 유명 파이를 연상할 만큼 비슷했습니다.
순간 횡재를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들고 온 파이 열 곽을 다 사 직원들에게도 나눠주고
나 역시 그 자리서 뜯어 먹었습니다.
맛요???
부코속살은 어쩌다 한 두 개씩 씹히긴 하는데 맛은 천양지차였습니다.
설탕인지 사카린인지 몰라도 얼마나 단맛이 강한지-
내 혀가 이상해질 정도였습니다.
깔람바 부코파이가 유명하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퍼져선지
그 흉내를 낸 ‘이미테이션 부코파이’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날 이 후에도 그 행상이 사무실에 부코파이를 팔러오면
혹시나 싶어 두어 곽씩 사 먹어 봤지만 여전히 단맛만 나는 짝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휴가를 내
마닐라 집에 다녀오면서 직원들에게 진짜 부코파이 맛을 보여 주고 싶어
일부러 깔람바까지 가서 다섯곽을 사 까가얀데오로 사무실로 왔습니다.
아우들과 직원들이 이 맛을 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역시 오리지널 부코파이가 이름 값을 합니다.
이젠 피노이 일꾼들 조차 거들떠 보지 않는 까가얀데오로 판 부코파이-
정말 마닐라쪽과 민다나오쪽은 차이가 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시켜도 그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이곳은 공기 좋고
밤 하늘 별도 잘 보이니-
나름 스스로 위안하고 받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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