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피노이 직원 40여명이 있습니다.
중장비 판매및 임대 사업에 광산까지 겸하고 있어 직원이 많을 때는
70-80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중에는 일 잘하고 성실한 직원도 있고 더러는 월급만 축내는
있으나 마나한 피노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족이려니 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말 잘 듣고 일도 잘하는 직원에게는 그만큼의 인센티브도 주고 있습니다.
정이라는 엔지니어가 이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오늘 아침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내일부터 일을 그만 두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사표를 낸 겁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자인 두 사람이 동시에 그만 두겠다니-
이유를 물어도 별반 대꾸가 없습니다.
짐작컨대 며칠 전 기계를 제대로 고쳐 놓지 않아 렌트 했던 컴프레셔가
반송돼 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술자 전원에게 패널티를 물렸는데-
그게 불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기술자가 컴플레인을 했다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정이라는 녀석은 우리가 각별하게 보살펴 온 직원이라 은근히 배신감 마져 들었습니다.
톱 기술자라고 오토바이에 전화기도 사주고 외근에 야근 때마다 수당도 넉넉하게 챙겨 주는등
누구보다도 대접을 많이 해 줬는데 그런 녀석이 다른 기술자까지 선동해
동시에 사표를 내게 하는 꼼수를 부린 게 영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아우와 상의해서 사표를 수리케 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재 상담을 해 보니 회사를 그만둘 이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이 돼
계속 남아 일을 하도록 조처를 취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실수를 해도 이리저리 봐 주었던 정은 바로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아마 녀석은 자기가 사표를 내면 우리가 또 사정을 할 줄 알았을 겁니다.
오토바이와 전화기, 가불한 월급까지 다 반납토록하고 현장서 일을 중단시켰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표내면 겁낼 줄 아니.
아우들과 나눈 말입니다.
아마 며칠 뒤면 찾아와서 다시 일하겠다고 할 녀석을 염두해 두고
아우들에게 다짐을 받았습니다.
-저 녀석은 절대로 다시 채용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아마 그 녀석은 오늘 밤 꿈자리가 좀 뒤숭숭 할 겁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사표만 내면 제뜻이 관철될 줄 알았던 엔지니어 정.
정나미 떨어진 정-앞으로는 얼굴 볼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필리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대 과일의 왕 ‘두리안’ 철이 돌아 왔네요 (0) | 2012.08.12 |
---|---|
‘민다나오’의 좋은 것 하나는- (0) | 2012.08.10 |
돌대가리 빠가야로 빵잇 또 뭐가 있나? (0) | 2012.08.06 |
쇼- 쇼- 쇼- 제트스키 쇼- (0) | 2012.08.04 |
‘뎅기열’이 감기인줄 아는겨 (0) | 2012.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