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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스크랩] 깔람바 시장 근처에서 궤도차 타기

by 고향사람 2012. 5. 13.

깔람바 시장 한 귀퉁이엔

철길이 지나간다


침목 조차 변변치 못한 낡은 철길 위로 해가 뜨면

행상의 좌판에 금새 길이 사라진다


하루 서너차례 기적이 일면

거짓말 같이 드러나는 철길위로

아슬아슬 하게 미끄러져 가는 기차는

볼수록 마술이다.


철커덩 철커덩 쇠울음 소리 가시기도 전에

다시 철길은 행상으로 묻히고 나머지 길은

리어카보다 조금 큰 궤도차가 차지한다


에전엔 사람의 힘으로만 바퀴를 움직였다는데

지금은 소형 엔진을 달아

열댓명의 사람과 짐을 싣고도 잘 달린다


정원이 찼다 싶으면 주인이 시동을 걸고

궤도차를 몇 미터 힘껏 민 뒤

그 탄력으로 출발을 하게 된다


운전대도 필요없고

창문도 내리고 타는 방향도 제멋대로지만

속도를 낼 때는 시속 40-50킬로도 문제가 없다


손님이 내려 달라면 철로 위 아무데서나 서는

이 궤도차는 기찻길옆 오막살이에 사는

이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마주오는 다른 궤도차를 보면

승객수가 적은 쪽이

혹은 방향 따라 한쪽 차가 철길에서 내려 서야 한다


이 때 승객들은 모두 하차하고

주인이 발밑 뚜껑을 연다음 땅위에 두발을 딛고

그 다음엔 양쪽에 매어 놓은 어깨끈을 이용해

궤도차를 철 길 밖으로들어내야 한다


갸날픈 필리피노가

그 무거운 궤도차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

산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든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은 들어 내야 하는 궤도차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기차다

원래 철길 주인이 기차인 까닭에

궤도차들은 정신없이 길을 비켜줘야 한다


이 차를 타고 철길을 달리다 보면

철로에 처마 가 달 정도로 바투지은 작은 집들과

인형 같은 필리피노들의 삶을 보게 된다


강위 다리를 지나다 보면 오금이 져려 오고

논 가운데를 지날 때면 한편에서는 벼를 베고 심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놀라야 한다


필리핀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픈

철 길을 달리는 궤도차

깔람바 시장서 타는 궤도차는 정말 아슬아슬

재미를 더하게 한다


한번 타는데 5폐소 정도에  종점까지 가봐야 25폐소 정도하는

값싼 운송 수단이지만

다른 것으로는 느끼기 힘든 동심까지 갖게하는 이 궤도차야 말로

21세기 성인들의 오락이 아닐까


시원한 바람 가르며 호젓한 철길을 달리는 맛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기차와의 조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까지-


오늘도 녹슨 기찻길을 바쁘게 하는

이 궤도차가 있어

필리핀서는 사는 맛을 진하게 한다









출처 : 필리핀 에듀오스
글쓴이 : 부싯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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