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집에 있는 헬퍼 ‘아바’-
일도 잘 하는데다가 인상도 좋아 민다나오서 스카웃? 해온 헬퍼입니다.
항상 생글생글 웃는 탓에 마눌도 이름 대신 ‘이쁜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아바가 어저께 심각한 얼굴로 내 방에 찾아 왔습니다.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입니다.
뭔 일이냐고 묻자 가슴 부위를 가리키며 아프다는 겁니다.
1000 페소를 쥐어 보냈습니다.
한 시간 쯤 지난 후에 아바가 돌아 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며칠 분 약을 타왔다며 거스름 돈을 책상위에 올려 놓습니다.
내일 결과가 나온다며 말입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오전 10시 병원에 갔던 아바가 11시쯤 돌아 와서는
나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손에는 커다란 종이 봉투를 들고서 말입니다.
무슨 심각한 병이 있나 싶어 물었습니다.
-왜 아프다는데
사전을 찾아 보며 진료지에 써 있는 내용을 읽어 보았더니
심장 판막에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달랑 들고 온 엑스레이 사진에는 갈비뼈만 보이더만
정작 이상이 있는 곳은 심장이라니 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심장, 그것도 왼쪽 심방에 있는 횡경막?이 이상이 있을 것 같다는 소견이
도시 믿어 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보건소만도 못한 병원에서 어찌 그리 쉽게 심장병을 집어 내는지-
걱정이 돼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까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우리 집에 거하는 대학생이 상황을 듣더니
한 참을 웃습니다.
-그 병원 엉터리예요. 우리 학교서 증명서 떼오라고 할 때나 들리는 곳인데요.
그 말을 듣고 좀 안심은 됐는데
헬퍼 아바 역시 약 몇 알 먹더니 통증이 없어 졌다며
다시 생글생글 웃고 다닙니다.
중간에 나만 이리저리 맘 고생이 심했던 셈입니다.
-아바야 너 때문에 내가 먼저 심장병 걸리겠다.
제발 침소봉대(針小棒大)하지 말거라.
요즘 아바만 보면 그 말이 먼저 나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 배추로 담근 내 생애 첫 김치 (0) | 2012.04.08 |
---|---|
필리핀서 반평생을 살았어도- (0) | 2012.04.01 |
일 복 많은 울 아우- (0) | 2012.03.26 |
필리핀 우리 동네 새 반장은- (0) | 2012.03.19 |
어머님께 꽃신을 사 드리며- (0) | 201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