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일 복 많은 울 아우-

by 고향사람 2012. 3. 26.

며칠 전,

막내 아우가 한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처남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필리핀에 계신 엄니를 모시고 가기로 했었는데,

한국 날씨가 ‘춘래불춘래’(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로다?)라는 뉴스를 접하고는

혼자 출국한 겁니다.

엄니는 날씨가 완전히 풀리면 모셔 가기로 하고 말입니다.

 

 

일주일 휴가로 한국에 나간 아우가

고향집에 가자마자 전화를 했습니다.

-성(형) 큰일났슈. 겨우내 얼었던 부엌 수도관이 터져서

집안이 다 물바다유. 엄니 모시고 왔으면 낭패볼뻔 혔유.

 

 

지난 1월 초 고향집에 계신 엄니를 필리핀으로 모셔 오면서

바깥에 있는 수도와 동파될 것들은 꽁꽁 싸매고 덮어 놓고-

월동 단도리를 다 해 놨지만 집안에 있는 부엌쪽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여지껏 실내에 있는 수도꼭지가 얼어 터진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실내 수도관이 터질 정도로 추었던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었던지-

관이 새서 온 집안이 물 바다를 이뤘다니 말입니다.

싱크대도 새로 설치해야 할 만큼 물이 많이 샜다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우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 빼고는

고향집 정리하는데 시간 다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을 모시려면 누군가 집안을 깔끔히 청소해 놔야 하는데-

기실 그 곳에 가 있는 동생 몫이지 싶어 집니다.

 

 

-이걸 다 어떡헌대유.

상황이 심한지 앓는 목소리를 내는 아우 한테 말했습니다.

-워떡 헌다냐. 일 복 많은 니가 처리하고 와야지. 집안 청소하러

내까지 나갈순 없잖여.

 

 

어딜 가도 일 복 많은 울 아우.

기분 좋게 한국 행 비행기 탓다가 큰 일 두 번 치르고 오게 생겼습니다.

처갓집 결혼식에 사위 노릇 단단히 해야 할 일과

고향집 대청소까지 말입니다.

 

- 거 뭐시냐. 싱크대까지 못쓰게 생겼으면 하나 새 것으로 장만해 드리면 좋겄구먼.

근디 너무 비싼 걸로 허진 말어. 처남 결혼식에 돈도 많이 써야 할텐데 말여.

그냥 청소하기 좋은 걸로 혀드려. 뭐 이태리제 대리석 바탕에

오존 살균기 달린 게 좋다곤 하더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