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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침대 커버 사건을 말하랴!!!

by 고향사람 2012. 3. 27.

우리 집 헬퍼 ‘조이’는 부지런하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수시로 쓸고 닦고 빨고-

덕분에 집안이 늘 깨끗합니다.

 

전에 있던 헬퍼는 같은 나이였지만 얼마나 게으른지

꼭 시켜야 움직이는 그런 아가씨였습니다.

그 아가씨와 비교가 되니 막내 아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헬퍼 조이 칭찬이 자자합니다.

 

오는 6월이면 대학에 복학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야 한다는

헬퍼 조이를 벌써부터 꼬드기는 아우입니다.

까가얀데오로 시내에 있는 학교가 더 좋으니 그곳으로 옮기라고 말입니다.

음식 솜씨며 청소 빨래까지 맘에 들게 하는 헬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우는 벌써부터 조이가 떠나 갈까봐 조바심을 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우가 조이를 대하는 눈치가 좀 이상했습니다.

-저 정도 일을 했으면 아우 입에서 칭찬이 나와야 하는디

그래도 소 닭보듯 하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우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엉뚱한 말을 해 댑니다.

-쟤가 너무 엉뚱해서요.

 

그러면서 이어진 이야기가 정말 배꼽을 쥐게 했습니다.

사연인즉 이랬습니다.

아우와 외사촌 아우, 그리고 내가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사는데

어느 날 보니 헬퍼가 외사촌아우 침대를 정리하면서 커버를 걷어 내더라는 겁니다.

-세탁하려구 그러는 구나. 역시 부지런혀

 

그리고 나서 잠시 외출했다 돌아 와 보니 자기 침대보도 교체해 놓았는데

그게 눈에 익다 싶어 보니 외사촌 아우 침대보를 자기 침대로 옮겨 놓았더라는 겁니다.

세탁 한 게 아니고 말입니다.

-이게 나를 장기판 졸로 여기나 싶어 따져 물었더니

‘쏘리 쏘리’ 하면서 얼른 침대보를 걷어 가더라는 겁니다.

 

평소 좀 어렵게 생각한 외사촌 아우 침대보는 자주 갈아 주면서

아무소리 않는 자기는 대충대충 대한다는게 아우 생각이었습니다.

기분이 언짢을듯 싶은 아우를 위해 위로 멘트를 날렸습니다.

-그래도 니는 두 번째 아니냐. 내 침대보는 너 다음이니께 너무 서운해 하지마라.

 

이 말에 아우도 박장대소합니다.

-그럼 형 방도 쓰던 것 깔아 준다는 거유 하면서 말입니다.

평소 부지런했던 우리 헬퍼.

그 놀라운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칭찬만 해댔던 울 아우 하는 말

-글씨 바다날씨하고 여자 맴은 도시 알수가 없당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