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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우리 현장에선 이렇게??? 놀아요^^

by 고향사람 2011. 7. 4.

일하는 현장에 있다보면 일상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건사고로 몸과 마음을 바쁘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기쁜 사건과 사고도 있어 살만합니다.

 

기쁜 사건이라는 건 사실 피노이 일꾼들이 만들어 낸 말입니다.

가령 밀림 근처에서 바코(포크레인)로 일하다 보면 가끔 커다란 뱀이 나타납니다.

이 때 기사가 뛰어나와 정글볼로(칼)로 뱀을 두 동강이 내버리는 사건이 생기면

이들에게는 종일 기쁨이 되니까 말입니다.

잡은 것을 솥에 넣어 끓이면 뱀탕이 됩니다.

 

이런 사건은 보지 않더라도 입 주변이 번들번들 한 채 돌아다니는 일꾼을 만나면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언제나 대답이 같기 때문입니다.

-뱀 잡아 먹었다는

 

어제는 공사장 옆에서 난리아닌 난리가 났습니다.

현장에서 부코(야자수)나무를 베어 냈는데 그 밑에 조그만 굴이 있었나 봅니다.

그 굴속에 박쥐가 살고 있었는지 수십마리가 날아올라 아수라장이 된 겁니다.

그 때 손 빠른 일군들이 여러 마리의 박쥐를 잡았나 봅니다.

 

득의에 찬 표정으로 잡아 놓은 박쥐를 가리킵니다.

점심 때 구워 먹을 건데 보스도 한 마리 챙기라면서 말입니다.

-쥐라면 질색이어서 다람쥐까지 싫어하는 나에게 박쥐를 먹으라는 겁입니다.

느그덜이나 실컷 먹으라고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박쥐를 보고 만질 수 있는 게 신기해 한참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생각보다 긴 날개와 또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성질 또한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플지언정 먹을 거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녀석이 한 말이 자꾸 내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보스. 저거 서너마리만 먹으면 부인 하나 더 얻어도 된다는

 

암튼 박쥐 몇 마리는 아직도 보관중입니다.

녀석 말이 100% 믿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말입니다.

작은 마누라??? 필요한 분 있으면 보관중인 박쥐 양보할 마음 있으니까

언제든지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