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을 빚을 때나 칼국수와 수제비를 만들 때
반죽으로 지렁이를 만들고 눈사람을 만들며 장난하다 엄마 한 테 들키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었습니다.
-음식가지고 장난하면 벌 받는다는.
며칠 전 아우와 함께 식사를 하러 까가얀데오로의 한 음식점에 들렀습니다.
분위기도 깨끗하고 종업원들도 친절해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들린 곳이라 음식 주문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메뉴판 첫 장부터 다 읽어 내려가다 보니^^
채식주의자인 아우는 두부샐러드와 마늘빵, 버섯스프를 시켰습니다.
반면 남의 살 좋아하는 나는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던 스테이크가 먼저 나오고
아우가 주문한 것은 내가 식사를 절반 이상 먹었을 때에서야 나왔습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식탁에 내려놓은 음식을 보곤 우리 둘이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물었습니다.
-이거 우리가 주문한 거 맞아요.
두부샐러드하면 통상 튀긴 두부에 야채믹스가 따라 나오는게 상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건 잘개 썬 각종 색깔의 야채위에 아이 팔뚝보다 굵은 튀김두부를 세워놔
언뜻보면 그게 꼭 거시기를 빼닮아 있었습니다.
두부덩어리를 살짝 튀겨 겉은 살색에 가깝고 기둥?은 거칠거칠한데다가 중간에
파를 잘라 리본까지 만들어 묶어 놓은게 야하기까지 했으니까 말입니다.
위에서 보는 것보다 옆에서 보는 게 더 리얼해 아우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너 요즘 힘 딸리냐^^
아우도 뭔가 느낌이 왔는지 손사래를 치면서 변명?을 해 댑니다.
‘형 나 진짜 알고 시킨 거 아냐. 나도 이 집이 처음이라구’
-누가 뭐래냐. 근디 맛은 어떠냐.
기둥에 둘러쳐져 있던 야한 리본을 벗겨내고 거시기 닮은 것을 한 입 베문 아우.
갑자기 인상을 씁니다. 그 맛이 오죽하겠냐 싶어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아우가 다시 한 마디를 합니다.
‘형 정말 맛은 죽인다’
한 수저 떠 먹어 보니 생각과 달리 맛이 좋았습니다.
-햐. 생긴것은 고약한데 맛은 좋다야.
아마 모르면 몰랐지 아줌마들이 먹으면 더 좋아라 할 것 같습니다.
남자가 먹는데도 맛이 이 정도인데- 안 그렇겠습니까???
음식가지고 장난치면 벌 받는 다고 했던 우리 엄니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맛이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장난?을 쳐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맛과 모양새가 궁금하면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소개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거시기 닮은 두부샐러드를 먹은 탓인가.
왜 자꾸 거시기에 힘이 들어가는지 모르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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