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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내가 시체도 아닌데-

by 고향사람 2011. 7. 12.

필리핀에서 저가(低價) 호텔이나 여관(여인숙)서 숙박할 경우

가끔 꺼림직한 잠자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건 시설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침대에 누울 때 겪게 되는 현상입니다.

 

고급 호텔의 경우 이부자리도 훌륭합니다.

반면 값싼 호텔은 이불대신 소창 혹은 광목과 같은 무명천이 이불을 대신합니다. 가끔은 컬러로 된 것도 있지만 대개는 흰 천으로 돼 있습니다.

자리에 누우면서 이 하얀 천을 머리끝까지 둘러 쓰다보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꼭 시신에 둘러 쳐지는 흰색천이 생각나서입니다.

 

상하의 나라 필리핀인지라 에어컨을 켜고 잘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두꺼운 이불까지는 불필요합니다.

에어컨 바람을 막거나 혹은 허전함을 떨치는 데는 무명천 한 장이면 족합니다.

그런데 이 천이 흰색이다보니 느낌이 영 거시기 합니다.

 

-내가 송장도 아닌디-

어쩔수 없이 이 천을 둘러싸고 자야 하는 날에는 꼭 이 말이 튀어 나옵니다.

나도 모르게 말입니다. 지방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숙소에서 자주 겪는 일인데도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라리 무명천이아니라 유색 천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주인에게 컬러 천으로 바꿔 놓으라 말하기도 그렇고.

암튼 어젯밤도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럴 때 마다 꿈자리도 뒤숭숭하다고 하면 너무 센티멘탈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깔끔한 흰 천이 영 마음에 와 닫지 않는 것도 일종의 문화 차이인것 같습니다.

시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거 같기도 하고^^

-필리핀에 오면 어렵지 않게 체험할 수 있는 일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