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이쿠보(bahay-kubo)'
좀 생소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필리핀을 왔다 간 이들은 몇 마디 들으면 ‘아-하. 그거’ 할 만큼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입니다.
바하이 쿠보는 한마디로 한국의 원두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방갈로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하지만 기둥과 벽, 의자 바닥 등 모든 것이 다 대나무로 돼 있다는 겁니다.
못 한 개 쓰지 않고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고 엮어서 만든 바하이 쿠보는
미니 하우스 처럼 완벽한 집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필리피노들의 손재주와 생활의 지혜까지 엿 볼 수 있는
바하이 쿠보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아주 친숙해 보입니다.
지붕이 꼭 우리들의 고향집 초가를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꼭 한 채 갖고 싶었던 바하이 쿠보를 어제 드디어 샀습니다.
한 채 가격이 우리 돈 25만원(민다나오 말라이발라이 근처. 촌이라 저렴한 편임)
여기에 배달비 6천 페소를 들였으니 총 40여만원이 든 셈입니다.
주문한 이튿날 새벽에 일꾼들이 큰 트럭으로 바하이 쿠보를 배달해 왔습니다.
이 집을 마당 한 구석에 내려 놓자 일꾼들이 달려 들어
내 외벽에 애나멜 칠을 해 준 뒤 돌아 갔습니다.
완벽한 집 한 채가 또 생긴겁니다.
부코(야자수) 사이로 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바하이 쿠보에서 마시는 차 한 잔.
오늘부터 그 맛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함께하고 싶다구요.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tip - 민다나오에서는 ‘바하이 쿠보’를 바야그(bayag)라고 부릅니다. 비사야어라서 그렀습니다. 영어로는 니파 헛(Nipa Hut)이라고 부르는데 '니파 잎으로 지붕을 씌운 오두막'이란 뜻입니다. 바하이 쿠보도 이젠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입니다. 마닐라쪽에서는 가격도 엄청 비싸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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