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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하필 '만우절'에 청혼한다네요

by 고향사람 2007. 4. 1.

스물일곱살 먹은 우리 사무실 총각이 오늘 애인을 만나
청혼을 한다고 하네요.
사귄지 2백일만이라고 하니까 빠른 건지 적당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벚꽃 만개한 멋진 곳에서 청혼할 거라고 며칠 전부터 별러 왔으니깐
아마도 근사한 로망스를 만들어 내지 싶어집니다.

나이 수 만큼의 만개한 장미꽃과
커플링을 주고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미소를 주고받을
이 총각을 생각하면 괜히 나까지도 긴장이 됩니다.
이 사람들, 아마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겁니다.

애절한 사랑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적당한 용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청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남녀간 짝을 지어주는 모습과
혹은 유명 연예인과 하루 데이트를 목적으로 한 이벤트 등을 보면서
남녀간의 교제가 인스탄트 식으로 변해가는 듯 해 못 마땅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와 같이 일하는 총각이
드디어 청혼을 한다며 가슴 설레는 모습을 보면서는
‘아- 정말 청춘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백' 보다 더 신선한 게 '청혼'일거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나도 청혼 좀 할랍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주님을 내 사랑하는 ‘신랑’으로 모시겠노라고 말입니다
근디 오늘은 피해서 할려고 그럽니다.
오늘이 만우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오늘 청혼하겠다고 애인을 찾아 간 우리 사무실 총각은요???
실컷 청혼을 하고 났는데
나중에 만우절인걸 알면요-

내일 사무실서 얼굴보게 되면 바로 놀려 줄 참입니다.
만우절에 한 청혼은 무효니까 다시 내려가서 청혼하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분명 얼굴이 샛노래질 것 같습니다.
하필 허구 많은 날 중에서 왜 만우절을 택했을까요.
둘다 시간나는 일요일로 잡은 날짜가 공교롭게도 이 날과 겹쳐 버린 것 같은데-

염려도 지나치면 병이라고 했나요
아무튼 이들의 청혼이 하늘나라에까지 잘 알려져 그 인생길이 순탄했으면 합니다.
월요일
이 친구의 수다를 듣다보면 한 주가 또 재밌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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