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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신호 한 번 잘못본 죄가 6만원이라니-

by 고향사람 2007. 3. 26.

2월 마지막 날,
고려대학교 근처인 안암5거리서 미아 사거리쪽으로
차를 운전하던 중, 급히 유턴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한 2백미터 쯤 직진하다 보니 미아 사거리가 나왔고
거기 표지판에 유턴과 좌회전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내 앞에는 운전자들 사이 가장 인기 없는 차가 서 있었습니다.
경찰차 말입니다. ㅋㅋㅋ

마침 빨간 신호등인지라 경찰차 꽁무니를 스치듯
유턴해 속력을 냈습니다.
거추장스런 경찰차를 벗어나 개운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내 차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경찰차 모습이 백미러에 비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앞에 가는 차 도로 옆에 세우시요’라는
확성기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입니다
설마 내 찬가 싶어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았지만
그 넓은 도로에 정말 내 차밖에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나자
경찰관 한명이 내리더니 신호를 위반 했다면서
면허증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낮도깨비에 홀려도 유분수지, 내가 언제- 하고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자
이 교통경찰이 금새 물러가는 것입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언제 신호를 위반해 이래봐도 나 교회 다니는 사람야-
하면서 으쓱 양어깨를 들썩 였는데, 사라졌던 경찰이 동료까지 델구와서는
빨간 신호등에 불법 유턴을 했다고 우기는 겁니다.

대략 빨간 불일 때 유턴을 하는 데가 많은 탓에
‘그래서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재차 따졌더니
거긴 빨간불과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야 유턴이 가능한 곳‘이라는 겁니다
참 대략난감 할 수 밖에요.
그렇다고 신호위반 딱지 6만원짜리 끊으라고 덥썩 운전면허증 내 놀 수 도 없쟎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죽는 소리로 멘트를 바꿨습니다.
‘좀 보쇼. 내가 범칙금 못 내서 환장한 놈이 아닌 이상
교통 경찰관이 타고 있는 차 꽁무니서 신호위반 하겠습니까.
습관대로 빨간불이어서 유턴한 것인데-’.

그래도 소용없었습니다. 내 삼촌이 경찰서장이래도 안 먹힐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속차량 비웃듯, 그 차 꽁무니서 보란 듯이
불법을 자행한 꼴이 돼 버렸는데 언감생심 예쁘게 봐 주겠습니까.

별 도리 없이 이날 딱지 떼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정상참작 조금 돼서 절반 이하로 범칙금이 낮아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신호 한번 잘 못 본 벌금 값이

노가다 일당이니 이거야 원-

 

아무튼 이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바쁜 일도 없었는데, 경찰차 꽁무니서 그렇게 배짱 좋게 신호 위반한

내가 참 멋있어??? 보여섭니다. ㅋㅋㅋ

 

'뒤지고 싶으면 임금님 부랄은 못차냐'

이 날 내 전후사정을 들은 친구놈이 위로랍시고 해 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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