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고무신

by 고향사람 2007. 3. 21.
 

재래시장에 들렀더니 한켠에서는 아직도 고무신을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하얀 고무신에 꺼먹신, 그리고 아이들 고무신까지-.

여기에다 청색 신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환한 미소가 났습니다.


내 어렸을 적,

그 땐 고무신 한 켤레로 1년을 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 종류만도 십 여가지가 넘는 것 같습니다.

구두도 의상에 맞춰 신을 만큼 색상이 다양하고 여기에다 등산화와 조깅화

운동화 슬리퍼 실내화까지 더하니 금새 열 켤레가 넘습니다.


이런 신발 중에서도 고무신을 보면 마음이 설렙니다.

왜냐면 고무신은 검약과 무소유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출가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에 그동안 신었던 신발을 벗어 던지고

고무신으로 갈아 신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걸어가야 할 길이 세속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으로 그런다고 합니다.

고무신 한 켤레로 만족한 삶을 산다면 그 누가 부질없는 욕심을 부리겠습니까.


신발과 관련된 말 중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말 뜻은 ‘신발을 벗고 나면 마루에서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뜻으로,

신발이 잘 놓여 있는지 살피라는 것입니다.

즉, 사소한 일일지라도 스스로 돌아보라는 일종의 수행 메시지입니다.


과거 태백 탄광촌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집에 돌아오면

신발 ‘코’를 꼭 집 안쪽으로 벗어 놓았다고 합니다.

탄광 사고로 죽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습관이 풍속으로 자리매김 된 것인데‘

이 속에는 일 나간 남편이나 아버지가 다시 꼭 집으로 돌아오라는 뜻이

포함 돼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신발-

단순히 발만 편하면 된다는 요즘의 생각과는

달리 과거는 우리 삶의 일부였고

부와 명예의 상징이기도 했었습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그 속에서 뜻을 찾고 길을 찾았던

옛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 보다는 ‘마음’이 편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 애써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본래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 처럼

우리의 삶도 높은 것만 바라보지 말고 낮은 신발의 위치서부터 생각해 나갈 때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한 번 깊게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