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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혹시 ‘야광귀’(夜光鬼)를 아시나요.

by 고향사람 2007. 3. 4.

혹시 ‘야광귀’(夜光鬼)를 아시나요.
소싯적 섣달그믐밤이 되면 토방에 있던 신발을 안방으로 들이고,
대신 싸립문에 ‘체’를 걸어두던 일이 생각납니다.
교회를 다닐 때 였는데도 불구, 어린 맘에 낮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꼭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 부모 몰래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안 것은 성년이 다 돼서 였습니다.
섣달그믐밤에 일찍 자면 눈썹이 희여지고, 그 희여진 눈썹으로
낮에 돌아다니면 낮도깨비가 잡아 간다는 말.
하지만 야광귀는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나중에 옆집 할머니가 알려 주었는데,
야광귀라는 놈이 밤에 와서 토방에 있는 신발을 신어보고
자기 발에 맞는 것을 가져가면
그 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1년 내내 재수가 없다는,
그래서 신발을 꼭꼭 감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체를 대문에 걸어 놓는 것은 야광귀는 숫자 세는 것에 약해서?
구멍이 송송송 수백 수천개 뚫려 있는 쳇구멍을 세다가 틀려
다시 세고, 또 다시 세고-
그러다 날이 밝는 새벽 닭 소리가 들리면 대문에서 달아난다고 합니다.

오늘 밤,
고향집 근처 하천변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모여 불깡통을 돌리며
쥐불놀이로 밤을 밝힌 뒤, 배가 출출해지면 동네집을 돌며 밥을 훔치기도 할 것입니다.
어른들도 삼삼오오 모여 척사대회(윷놀이)를 하면서
나이를 잊을 것이고, 농사꾼들은 밥상에서 무김치를 내려놓을 것입니다.
보름날 무김치를 먹으면 모내기 할 때
거머리 보다 ‘훨’ 무서운 고자리에 쏘인다는 풍습 때문입니다.

엊저녁 오곡밥에 각종 나물을 먹고, 오늘 아침 부럼까지 깼다면
보름행사 절반은 잘 치른 셈이 됩니다.
이제 해거름 전, 연날리기 하다가 그 끈을 끊어 버려 묵은 연(년?) 시집 보내고
밤이 되면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소원을 빌면 됩니다.

다 미신행위라고 터부시 한다면야 ‘허 허 허’ 웃고 말일이지만
오랜 전통행사라고 보면 나름대로의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보름이 막 지나면 농사꾼들은 이제부터 새해 농삿일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선 농기구들을 손질하고 씻나락을 교환해 놓으며
두렁을 태워 해충을 없애는 시기가 이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우리 님들도 ‘휘엉청 밝은 보름달’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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