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3)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편집자>
해외여행에서 그 나라의 전통 재래시장을 가보는 것은 현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태국의 음식을 만드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시장은 볼거리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을 가보게 되면 꼭 들려볼 만한 곳이다.
태국 방콕에 있는 딸랏타이(Talaad Thai)는 한국의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같은 곳이다. 1997년 아세안 최대의 농산물 도매시장을 건설한다는 비전으로 개발되었다. 얼마 전 개·보수 공사를 통해 현대시설을 갖춘 동남아시아 최대규모의 시장으로 발돋움하였다.
딸랏타이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45㎞ 떨어진 파홀로틴 로드에 100만 제곱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과 수입 과일의 무역 중심 지점이며 야채 재배자들에게 필수적인 시장이다. 시장의 제품은 매일 전 세계 각국에서 받아 세계 각국으로 발송된다.
딸랏타이는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깨끗해서 놀랐다. 갖가지 열대과일과 신선한 채소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했다. 딸랏타이의 운영진은 왕실 친인척 관계인 귀족들이었는데 대부분 미국 유학파로 영어도 매우 능숙했다.
직접 칼을 가지고 과일을 잘라서 시식을 시켜주고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과일 가격이 너무나도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돈으로 1만원만 있어도 열대과일 한 박스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Durio zibethinus)은 과일 표면에 있는 ‘가시’라는 뜻의 말레이어 ‘두리(duri)’에서 유래되었다. 커다란 가시투성이 껍질을 벗기면 노란 속살의 크림같이 부드러운 두리안 과육이 드러난다. 두리안은 나무에서 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저절로 떨어지는 열매를 그물을 쳐서 수확한다.
두리안의 노란 과육은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듯 씨에서 과육을 발라 먹는데 질감은 아보카도나 커스터드 크림과 같이 부드럽다. 맛은 럼과 건포도 향이 살짝 느껴지는 은근한 단맛이 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천국의 맛과 대조적으로 냄새는 지독하다. 숙성된 두리안은 계란 썩는 냄새나 화장실 냄새같이 역겨운 지옥의 냄새가 난다. 냄새만 맡으면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달콤하고 고소한 맛은 한번 그 맛을 알게 되면 중독될 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다. 두리안의 냄새 때문에 동남아 현지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냉동으로만 유통된다.
호텔이나 공공 교통수단에서도 두리안 냄새 때문에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두리안 냄새로 인해 가스유출이 일어났다고 오해하여 시민을 대피시킨 사례도 있다고 하니 두리안의 냄새는 가히 지옥의 냄새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다. 두리안은 호랑이 같은 맹수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고기를 먹고 난 후 후식으로 먹기도 하는데 이는 두리안에서 풍기는 냄새가 초식동물의 내장 냄새와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리안은 지질, 필수 지방산, 항산화, 항염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면서 세포의 탈수를 막아준다. 또한 비타민 B군이 다른 과일에 비해 풍부하다. 영양도 풍부하고 지방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칼로리도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여성에게 좋은 과일이다. 또한 버터같이 촉촉하고 기름져서 피부에 바르면 보습효과를 주기도 한다.
두리안의 종류 중에는 무상킹(Musang King) 두리안이 가장 좋은데 묘산왕(Mao shan wang)이라고도 한다. 아주 부드러운 진한 노란색 과육을 가지고 있으며 단맛과 약간의 쓴맛이 매력적이다. 태국 시장을 방문한다면 돈을 좀 더 내더라도 고품질의 두리안을 먹어보자.
태국 딸랏타이에서 만난 두리안은 투박하고 가시가 돋친 껍질 속에 부드러운 크림 같은 과육이 들어있는,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정말 특이한 과일이었다. 불교 국가인 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대과일인 두리안은 시장에서도 바로 잘라서 먹어볼 수 있으니 한 번쯤은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과일의 왕' 두리안, 냄새 역겨워도 자꾸 먹고싶은 이유
'관심 & 동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고향 광시 '황새'기사네유^^ (0) | 2020.10.22 |
---|---|
영문(英文) 인쇄된 운전면허증 나온다(조선일보 기사) (0) | 2019.07.15 |
27년 만에 혼수 상태서 깨어난 어머니 (0) | 2019.04.24 |
예당저수지 출렁다리(조선일보 기사) (0) | 2019.04.19 |
치사율 높은 감염병 '유비저' - 조심하세요 (0) | 2019.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