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에서 이어 받습니다)
로마를 가 보았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도 올라 서 봤지만
터키에서 느낀 ‘살 떨림’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이스탄블은 내 마음의 고향 같은 정감이 묻어 난 도시였습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안고 유럽과 아시아로 분리돼 있는 도시 성격이
우리나라의 남북 관계 처럼 아련함이 묻어 나게 했고
현대 빌딩 사이 고풍을 빛내는 과거의 웅장함은
내 심장을 압박하는 아드레날린 같았으니까 말입니다.
터키의 묘한? 지정학적 위치는 혼돈의 세기(世紀)때마다
외세의 침략을 받아야 했는데 신앙 역시 다를 바 없었습니다.
로마의 지배하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꽃피웠지만 오스만 제국 때 유입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슬람과 충돌이 되면서
그 흔적들이 고스란이 남아 있는 곳도 바로 이스탄불입니다.
성소피아 성당(아야소피아박물관)과 마주하고 있는
이슬람 불루 모스크(술탄아흐멧 성원)가 바로 이를 증거하는 물증이 돼
지금까지도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명과 종교의 충돌로 인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극단적인 파괴가 아닌 수용과 변화를 선택한 까닭에
현대인들이 그 축복을 누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이스탄블 곳곳에서 발견이 됩니다.
무슬림들이 성당을 다 파괴했다면 이스탄블은 모스크만 남아 있는
‘독선’과 ‘기형’의 도시가 될 뻔 했지만 성당 건물을 보전해
문화와 종교의 균형을 맞춰가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물론 성당도 모두 모스크로 개조한 까닭에 형태만 남아 있으나
그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특히 근세에 들어서면서 성당복원 작업이 큰 진척을 이루고 있는데
일부 급직적 무슬림들은 이를 제거하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구조변경을 통해 자신들의 성원으로 바꿔 놓았지만
원시반본(본래로 돌아가는)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됐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문화적 가치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성당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해왔다는 것은 인류문화사에 큰 공을 끼친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성당 앞에 서 있다보면
당시 이스탄블을 점령한 이들이 성전을 파괴하자니 아까웠을 테고
그대로 두자니 자신들의 종교 위상에 배치되는-
그런 고뇌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뇌의 상징은 맞은편에 세워진 블루모스크를 보면 확신이 갑니다.
모슬림의 한 왕이 웅장한 성 소피아 성당의 기(氣)를 꺾으려고 세운 것이
바로 블루 모스크였다니까 말입니다.
그 발상이 허세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또 뭘까요.
성소피아 성당은 터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성전을 짓는데는 수년이 걸렸지만 부실공사?와 지진 등으로 인한
훼손이 자주 발생해 지금까지도 수리받고 있는 신세라
수리하는 데는 수십년 아니 수백년을 보내게 될 형편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근세에는 무슬림들이 성당의 흔적을 지우려고
개조하거나 덧칠한 회(灰)를 벗겨 낼 때 마다 옛 성당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어
이제는 수리 차원이 아닌 성당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마져 들게 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성당을 개조해 이슬람 성원으로 바꿔 놨는데
수리를 할수록 옛 성당의 모습이 드러나니 말입니다.
이슬람으로써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벌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탄블은 세계를 지배했던 3대 강국인 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의 수도였었고
지금도 1천2백만명이 사는 큰 도시입니다.
동 서양 문화의 교류처이자 고대와 현대 도시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그래서 관광객들에게는 호기심을 배로 유발시키기 충분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신 - 구 시가지로 나눠져 있는 이스탄블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문화재급이라서 지하철 공사 등은 개발이 제한 돼 있지만
그래도 엄청 오래된 지하철이 지금까지 운행이 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영국 다음에 터키 이스탄블에 설치된 것이라는데-
이 지하철은 단 한 구간, 그것도 단 한 정거장만 운행하는
세계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초미니 지하철입니다.
그래도 관광객들에는 여전히 인기를 더하고 있는 까닭에-
운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이곳에는 케이블카도 운행이 되고 잇습니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나절 이 케이블카를 타고 피에롯티 언덕에 오르면
찻집이 나오고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보스포러스 해협의 야경은 정말 볼만합니다.
다만 피에롯티 언덕 에로틱과 시어리스(serious-심각한)가 교차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상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젊은 군인과 유부녀가 사랑을 속삭이던 언덕이 바로 이곳이었고
밤에는 보스포러스 해협의 야경이 절경을 이루지만 낮에보면
공동묘지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니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기사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生死不二)고 하는 주장도 있으니-
이스탄블을 오가는 대형 버스와 트럭은 흰색의 많고
이곳서 구걸하는 남녀노소 대부분은 시리아 난민들이며
대부분의 음식이 달달하거나 짜지만 세계 3대 미식국 음식이라는-
그런 까닭에 이스탄블을 생각하면 ‘아-’ 소리가 먼저 나온답니다^^
-아 이스탄블
(4회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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