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민둥’이 들어간 표현이 제법 있습니다.
민둥제비꽃(제비꽃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민둥인가목(장미과에 속한 낙엽 관목)
민둥갈퀴(꼭두서닛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민둥하다(풀이나 털이 없어 매끈하다) 민둥민둥히(산에 나무나 풀 따위가 없어 밋밋하고 훤하게) 등이 그것입니다.
이중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해발 1,119m)을 대변?할수 있는 단어는 바로 민둥민둥히입니다. 산에 나무나 풀 따위가 없어 밋밋하고 훤하게라는 뜻과 의미가 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민둥산을 이번에 다녀오게 됐습니다. 그것도 정선일대에 제법 큰 첫 눈이 내린 날입니다.
아우가 별장처럼 이용하는 농가집(정선군 남면 광덕리)에서 머잖은 곳에 있는 산이라 이 집에서 나오는 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식’으로 후딱 다녀 왔습니다. 혼자 겨울 산을 오른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 정보로는 증산초등학교를 산행 시점으로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좀 더 높은 지점에서 오르면 발길이 편하지 싶어 한 고개를 올라 보니 오케이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그곳 역시 민둥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있어 차를 주차하고 길을 따라 가기 시작했습니다. 팬션지대를 지나 긴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도보로 5분이상 까먹은 게 억울해지는 대목입니다^^ )
이 산행 길이 바로 시루봉옛길입니다. 정상까지 1시간반 걸리는 코스로 증산초교에서 시작하는 것과 거리나 시간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대신 이곳에서 출발하면 성수기?때 주차전쟁에서 좀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코스로 40여분을 걷다보면 밭두덕 마을이 나옵니다. 성황당과 천하대장군 여장군을 만날 수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호기심에 굳게 닫힌 성황당을 열어 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사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양초 두 개가 유일한 데코레인션이니까 말입니다.
대신 성황당 앞에 도열해 있는 천하대장군과 여장군은 표정이 제각각이어서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이곳서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개인취향이니까 뭐라 언급할 일은 아니다 싶어집니다.
내 경우는 이 성황당에서 좌측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는데- 밭두덕 마을 사람들의 추천 때문입니다. 정상에서 온 길로 되돌아 오는 것보다 한 바퀴 돌아 보는게 더 맛난 산행이 될 거라는 말에 무작정 왼쪽 길을 선택하게 된 겁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마지막 가게가 있고 본격적인 산행길에 앞서 산신제를 올리는 제단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매년 봄 첫 산행을 하는 산악회원들은 이곳서 한 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1.3킬로미터. 하지만 그리 급한 경사는 아닙니다. 중간에 쉼터 겸 전망대도 있어 민둥산역 주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억새꽃이 한창인 10-11월 초순까지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코스입니다.
민둥산 억새는 산 정상부근 20만평 가량에 군락으로 자라고 있는데 억새가 꽃을 피우는 9월말부터는 이곳에서 축제가 진행됩니다. 일명 민둥산 억새축제입니다. 억새꽃이 만발하는 시월중하순에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중에서도 전국제일을 자랑하는 산입니다(문의처 민둥산억새꽃축제추진위원회 : 033-591-9141 홈페이지 http://nm.jeongseon.go.kr)
민둥산 정상까지는 증산초교에서 시작하든 오케이주차장에서 시루봉 옛길을 택하든
시간 반이면 도달할수 있는 어렵지 않은 산행입니다. 대개는 증산초교에서 시작해 정상을 밟은 뒤 약수터 쪽으로 하산하지만 내 경우는 밭두덕 코스로 내려와 성황당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내려 올 때는 임도를 따라 왔는데 조망이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절약된다는 거-.
산행 코스가 짧아 남은 시간은 정선레일바이크(5일장도 일품), 강원랜드, 소금강 등을 둘러 보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이번 산행은 평일이었고 첫눈까지 내린 오전중이라 나 혼자거니 하고 시작을 했는데- 정상 부근에 이르자 이곳 저곳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둥산-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 산 이름이 고유명사이기 보다는 전국에 널려 있는 헐벗은 산이름의 대명사 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어렸을 적 만 해도 마을 근처 헐벗은 산을 일컬어 민둥산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민둥산 = 나무가 없는 산 이라는 공식으로 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선 민둥산은 나무가 없음 보다는 억세꽃이 있어 아름다운 산으로 변해 그 가치를 높이고 있으니-. 더 가 보고 싶은 산이 된 셈입니다.
필리핀서 지내다 만추에 온 탓에 만발한 억새꽃은 보지 못했지만 그 산을 올랐다는 게 내게는 새로운 기념이 됩니다. 더군다나 억새꽃보다 더 광활하게 펼쳐진 첫 눈꽃을 이곳서 경험했기 때문에 더 그런것 같습니다.
민둥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 코스 : 증산초교->(50)쉼터->(40)정상(총 1시간 30분) ·NAVI 남면 무릉리 412-2
제2 코스 : 능전마을->(45)발구덕->(35)정상(총 1시간 20분) ·NAVI 남면 무릉리 170-2
제3 코스 : 삼내약수->(50)갈림길->(1시간10)정상(총 2시간) ·NAVI 남면 유평리 17
제4 코스 : 화암약수->(10)구슬동->(2시간30)갈림길 ->정상(총 3시간 50분) ·NAVI 화암면 화암리 1178-2
교통정보
자가운전 : 정선읍 - 고한,사북방향59번국도 - 남면 - 증산초교앞
대중교통 : 시외버스 : 정선시내버스 터미널 - 증산행 버스탑승 - 증산초교입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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