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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민둥산에 오르다

by 고향사람 2013. 11. 29.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민둥’이 들어간 표현이 제법 있습니다.

민둥제비꽃(제비꽃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민둥인가목(장미과에 속한 낙엽 관목)

민둥갈퀴(꼭두서닛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민둥하다(풀이나 털이 없어 매끈하다) 민둥민둥히(산에 나무나 풀 따위가 없어 밋밋하고 훤하게) 등이 그것입니다.

이중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해발 1,119m)을 대변?할수 있는 단어는 바로 민둥민둥히입니다. 산에 나무나 풀 따위가 없어 밋밋하고 훤하게라는 뜻과 의미가 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민둥산을 이번에 다녀오게 됐습니다. 그것도 정선일대에 제법 큰 첫 눈이 내린 날입니다.

 

 

아우가 별장처럼 이용하는 농가집(정선군 남면 광덕리)에서 머잖은 곳에 있는 산이라 이 집에서 나오는 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식’으로 후딱 다녀 왔습니다. 혼자 겨울 산을 오른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 정보로는 증산초등학교를 산행 시점으로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좀 더 높은 지점에서 오르면 발길이 편하지 싶어 한 고개를 올라 보니 오케이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그곳 역시 민둥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있어 차를 주차하고 길을 따라 가기 시작했습니다. 팬션지대를 지나 긴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도보로 5분이상 까먹은 게 억울해지는 대목입니다^^ )

 

 

이 산행 길이 바로 시루봉옛길입니다. 정상까지 1시간반 걸리는 코스로 증산초교에서 시작하는 것과 거리나 시간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대신 이곳에서 출발하면 성수기?때 주차전쟁에서 좀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코스로 40여분을 걷다보면 밭두덕 마을이 나옵니다. 성황당과 천하대장군 여장군을 만날 수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호기심에 굳게 닫힌 성황당을 열어 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사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양초 두 개가 유일한 데코레인션이니까 말입니다.

 

대신 성황당 앞에 도열해 있는 천하대장군과 여장군은 표정이 제각각이어서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이곳서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개인취향이니까 뭐라 언급할 일은 아니다 싶어집니다.

 

 

내 경우는 이 성황당에서 좌측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는데- 밭두덕 마을 사람들의 추천 때문입니다. 정상에서 온 길로 되돌아 오는 것보다 한 바퀴 돌아 보는게 더 맛난 산행이 될 거라는 말에 무작정 왼쪽 길을 선택하게 된 겁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마지막 가게가 있고 본격적인 산행길에 앞서 산신제를 올리는 제단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매년 봄 첫 산행을 하는 산악회원들은 이곳서 한 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1.3킬로미터. 하지만 그리 급한 경사는 아닙니다. 중간에 쉼터 겸 전망대도 있어 민둥산역 주변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억새꽃이 한창인 10-11월 초순까지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코스입니다.

 

 

민둥산 억새는 산 정상부근 20만평 가량에 군락으로 자라고 있는데 억새가 꽃을 피우는 9월말부터는 이곳에서 축제가 진행됩니다. 일명 민둥산 억새축제입니다. 억새꽃이 만발하는 시월중하순에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중에서도 전국제일을 자랑하는 산입니다(문의처 민둥산억새꽃축제추진위원회 : 033-591-9141 홈페이지 http://nm.jeongseon.go.kr)

민둥산 정상까지는 증산초교에서 시작하든 오케이주차장에서 시루봉 옛길을 택하든

시간 반이면 도달할수 있는 어렵지 않은 산행입니다. 대개는 증산초교에서 시작해 정상을 밟은 뒤 약수터 쪽으로 하산하지만 내 경우는 밭두덕 코스로 내려와 성황당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내려 올 때는 임도를 따라 왔는데 조망이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절약된다는 거-.

 

 

산행 코스가 짧아 남은 시간은 정선레일바이크(5일장도 일품), 강원랜드, 소금강 등을 둘러 보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이번 산행은 평일이었고 첫눈까지 내린 오전중이라 나 혼자거니 하고 시작을 했는데- 정상 부근에 이르자 이곳 저곳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둥산-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 산 이름이 고유명사이기 보다는 전국에 널려 있는 헐벗은 산이름의 대명사 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어렸을 적 만 해도 마을 근처 헐벗은 산을 일컬어 민둥산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민둥산 = 나무가 없는 산 이라는 공식으로 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선 민둥산은 나무가 없음 보다는 억세꽃이 있어 아름다운 산으로 변해 그 가치를 높이고 있으니-. 더 가 보고 싶은 산이 된 셈입니다.

  

 

 

필리핀서 지내다 만추에 온 탓에 만발한 억새꽃은 보지 못했지만 그 산을 올랐다는 게 내게는 새로운 기념이 됩니다. 더군다나 억새꽃보다 더 광활하게 펼쳐진 첫 눈꽃을 이곳서 경험했기 때문에 더 그런것 같습니다.

 

민둥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 코스 : 증산초교->(50)쉼터->(40)정상(총 1시간 30분) ·NAVI 남면 무릉리 412-2

제2 코스 : 능전마을->(45)발구덕->(35)정상(총 1시간 20분) ·NAVI 남면 무릉리 170-2

제3 코스 : 삼내약수->(50)갈림길->(1시간10)정상(총 2시간) ·NAVI 남면 유평리 17

제4 코스 : 화암약수->(10)구슬동->(2시간30)갈림길 ->정상(총 3시간 50분) ·NAVI 화암면 화암리 1178-2

교통정보

자가운전 : 정선읍 - 고한,사북방향59번국도 - 남면 - 증산초교앞

대중교통 : 시외버스 : 정선시내버스 터미널 - 증산행 버스탑승 - 증산초교입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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