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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묘지 이야기

필리핀의 별난 묘지 이야기 (2편)

by 고향사람 2013. 10. 22.

- 1편에서 이어짐

 

 

지옥과 천국의 경계인 루미앙동굴

 

 

사가다 읍내서 20분 정도 걸어 내려가다 보면 루미앙동굴을 만나게 됩니다.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산속에 이렇게 큰 동굴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더 신비하게 다가서는 것은 바로 이 동굴 입구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수 많은 관들입니다.

 

 

퇴색한 나무관과 그 색깔을 닮은 바위들이 한데 엉켜있어 자칫 ‘보고도 못 본’우를 범할 수 있을 만큼 관들은 이채롭지 않습니다. 그도 그렇것이 이 관들은 재대로 만든 현대적인 모양새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무통을 파내 그 곳에 시신을 안치한, 그것도 1미터50센티를 넘지 않는 작은 모양들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이 동굴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사가다 읍내에 있는 여행안내 사무실에서 가이드를 구하고(안내는 동굴을 다 둘러보는 것과 맛보기로 구분이 됩니다. 전체 동굴 통과 구간은 8백 페소이고 맛보기는 절반 가격입니다) 랜턴과 비상음료를 산 다음 본격적인 동굴 탐사에 들어갈수 있습니다.

 

 

관은 동굴 안쪽에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직 동물 입구 비가림이 되는 곳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의 영혼이 햇살을 좀 더 받으라는 뜻에서 관을 굴 입구에 놓아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 눈으로 볼 때 이들은 지옥과 천국의 중간인 연옥(煉獄)에 놓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햇볕 한 점 없는 굴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이 지옥일 터이요, 또 굴 밖으로 관을 내 놓는다면 천국이 너무 가까워지는 까닭에???-. 결국 죽은 자들의 영토?는 지하와 지상의 경계인 동굴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결과가 된 셈입니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루미앙 동굴 입구에 가지런히 쌓여 있는 통나무관들을 보는 순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될겁니다. 마음씨 좋은 가이드가 통나무관위에 불 붙인 담배 하나를 놓아 두고는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며 그 앞을 지나던 모습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산자들도 어느 순간 그 자리와 비슷한 곳에 잠들것이기에-.

 

동굴입구에 있는 관들을 보고 나면 더 궁금해 지는 것이 동굴속입니다. 죽은 자들이 들어 가기 싫어 했던 동굴속은 과연 어떨까. 동굴은 예상외로 웅장하고 길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통과해도 1시간이 훌쩍 넘고 좀 느리다 싶게 걷다가는 2시간이 족히 걸리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몸통하나 빠져 나가기도 바듯한가 하면 천장이 실내 체육관 만큼 높은 곳도 있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박쥐가 머물고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어 신발을 벗어들고 건너야 할 때도 있습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고행에 가까운 탐험을 해야 하는 동굴탐사는 중간중간에 만나게 되는 종유석이 지루함을 덜어 줍니다. 이중 두꺼비를 닮은 바위와 공룡알 같은 종유석은 미소를 짓게 합니다. 특히 수마깅 동굴에서 보게되는 여성의 엉덩이를 빼닮은 종유석은 짓굳은 남자들의 손길을 많이 탄 탓인지 반들반들하기가 거울?을 능가합니다.

 

- 3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