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까가얀데오로에서 7시 비행기를 탔습니다.
다음 주 추석도 있고 또 마닐라 집 이사 문제도 있어
겸사겸사 며칠 다녀 올 참이었습니다.
오늘 따라 비행기 컨디션???이 좋았는지-
출발도 정시에 하고 도착도 예정보다 일찍했습니다.
오래 살다보면 시어머니 죽는 날도 있더라고
필리핀 비행 시간이 정확하다 못해
더 일찍 마닐라에 도착하는 경험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마침 출근 시간대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그럴 것 같아서 마눌한테는 기사를 보내지 말라고 일렀지만
막상 택시를 타도 길이 너무 막히는 시간대라 짜증이 날 것 같아
모처럼 전철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짐이라야 컴퓨터가방이 전부인터라 비행기 안에서 굳은 몸도 풀겸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다 마침 길 가장자리에 빈차로 서 있던 택시를 보게 됐습니다.
텍시 기사가 호객을 하길래 전철역에 간다고 하자 타라고 손짓하는 겁니다.
거기까지 얼마 받을 거냐고 묻자 50 페소라는 겁니다.
피노이 기사 치고는 정직하다 싶어 얼른 올라 탓더니
가까운 역을 두고 멀리 돌아 가는 겁니다.
왜 돌아 가냐고 물으면 엉뚱한 말을 하고
혹시나 싶어 미터기를 틀라 해도 못들은 척 합니다.
그래 그럼 네 멋대로 해 봐라
하면서 기다렸더니 정말 한 참을 달려 한 전철역에 도착했습니다.
길게 왔다 싶어 50페소에 50을 더해 100페소를 줬더니
200 페소를 내라는 겁니다.
-너 미쳤니
하려다가 참고 네가 50 페소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하니
여긴 먼 전철역이라 더 내야 한답니다.
-누가 먼데로 가랐냐. 니놈이 바가지 씌우려고 돈거 아녀.
은근히 화가나 100 페소를 시트에 던져두고 내렸더니
눈을 부라리며 난리입니다.
나도 눈을 더 크게 뜨며 너 자꾸 그러면 경찰 부른다고 하니
뭐라 씨부렁대는데 따글로그라 알수도 없고-
해서 바이바이하고 왔습니다.
제딴엔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좀 씌우려고 엉뚱한 역까지 먼 길을 달려 왔는데-
꼴랑 미터 요금 정도만 받게 생겨 화가 났던 겁니다.
-짜샤 나도 당할 만큼 당해본 사람이다. 단수로 따지면 3단은 되는디.
어따가 횡포여.
전철을 타고 오면서 택시 기사의 얼굴이 떠 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그 어수룩한 표정이 말입니다.
필리핀 살수록 참 어렵습니다.
'필리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투리 (0) | 2013.09.25 |
---|---|
카라바오 우유 - 그 맛은? (0) | 2013.09.24 |
BUY ME & FOR SALE (0) | 2013.09.03 |
컨테이너에서 빼낸 건- (0) | 2013.09.02 |
맨발의 아이들 앞에서- (0) | 2013.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