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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제2 현장 사무실로 쫒겨간 ‘비나’

by 고향사람 2013. 6. 9.

우리 회사 세크러터리(secretary 비서)인 비나.

인물도 곱고 일 처리도 잘 하는 중국계 피노이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에 상냥한 성격이 맘에 들었다며

아우가 스카웃해 온 직원입니다.

 

사업 시작 초창기부터 함께 일을 해 왔기에

이제는 한국말로 지시해도 웬만한 것은 다 알아 들을 정도가 됐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는 말 그대로가 된 겁니다.

우리 역시 복덩이라고 추켜 세우며 웬만한 것은 그녀에게 일임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된 겁니다.

정승 집 문지기가 정승 노릇하는 격이 돼버렸다는 겁니다.

 

현장 직원들이 필요한 부품 목록을 가져와 우리 형제들이 사인을 해 주면

중간 확인자인 비나가 제 멋대로 바꾼다는 겁니다.

가령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이나 혹은 다른 가게서 물건을 사라는 등-

이미 우리가 싸인 한 것을 가지고 그런다니 이건 보통 월권이 아닌 셈입니다.

 

어저께는 직원 식당 주방장에게 압력을 넣어

반찬 숫자를 줄이고 지가 좋아하는 쇠고기 요리를 하라고 해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1일 음식비가 정해져 있는데 비싼 쇠고기를 사다 보니

반찬 양이 터무니없이 적어 진 겁니다.

그러니 늦게 온 직원들은 반찬 없이 밥을 먹게 생겼던 겁니다.

 

알고 보니 역시 비나 짓.

막내 아우가 대노했습니다.

당장 비나를 불러 들이더니 ‘이년 저년’(이럴 땐 2개 언어가 좋다는^^ ) 하면서

혼내는 겁니다.

 

-니가 뭔데 보스 노릇하고 있느냐고.

 

결국 이날 이후로 비나는 제2 현장 사무실로 쫒겨 갔습니다.

인터넷도 잘 안 터지고 식당도 없어 도시락을 가져가 먹어야 하는-

주변에 변변한 가게도 없어 군것질도 하기 힘든 곳입니다.

또 그곳엔 트럭과 중장비들만 있어 먼지도 장난이 아닙니다.

 

그곳으로 쫒겨가던 날-

비나가 얼마나 섧게 울어 대던지 콧물까지 줄줄 흘렸습니다.

아우는 한 달만 그곳에 보냈다가 데려오자고 하는데-

난 자꾸 서럽게 울어 대던 비나 얼굴이 떠올라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여자 눈물에 약한 나-

이젠 철 들 때도 됐는데 아직도 아닌가 봅니다.

비나야- 그러게 왜 월권을 하고 난리여. 암튼 며칠만 참아봐. 내 어찌 해 볼테니께.

요즘 귀양?간 비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알짝지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