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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핀서 경험한 우리 회사의 기적(크리스마스의 기적 3탄)

by 고향사람 2012. 12. 11.

(2탄에 이어 계속)

그런데 기적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쟁과 같은 반군의 방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우리 포크레인 4대를 확인한 뒤 직원과 기계의 안전을 고려해 광산 현장서 철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리가오 지역은 매년 11월이면 우기가 시작돼 사실상 일을 마무리 할 단계여서 이 참에 장비 정비도 할 겸 좀 일찍 철수키로 한 것입니다.

 

일단 가장 성능 좋은 기계부터 철수를 하기로 하고 현장에 트레일러 트럭을 보냈습니다. 그게 필리핀 반군들의 방화사건 후 14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이날 포크레인을 싣기 위해 현장에 투입한 트레일러는 제일 규모가 큰 트럭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사무실이 있는 까가얀데오로까지 운임만 100만원이 소요되는 대형 트레일러입니다.

 

트레일러를 보내고 나서 한 참 뒤 장비를 잘 싣고 현장을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차가 까가얀 사무실(공장)에 도착하려면 밤새 달려야 합니다. 포크레인을 잘 싣고 출발했다는 소식을 받은 터라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4시경에 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포크레인을 운반중인 트레일러에 불이 났다는 겁니다. 정말 이제는 ‘불’자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반군이 나타나 방화 한 줄 알고 놀라 물었습니다. 운전기사랑 직원들은 무사하냐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급히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현장서 30분 거리인 부투안 지역에 출장 중이었던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가 보니 이 또한 전쟁터였습니다. 대형 트레일러 앞부분은 전소돼 뼈대만 남아 있었고 타이어 역시 다 불에 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들고 나온 양동이며 바가지 등 진화용 장비들이 널브러져 있고 주변 나무도 열기에 타버려 보기가 험상궂었습니다. 기사 이야기로는 차를 세워 놓고 잠시 눈을 붙인 사이 불이 났다는 겁니다.

 

전기 합선이라는 추측만 했지 원인을 모르는 화재였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짐 칸에 실려 있던 우리 포크레인은 멀쩡했습니다. 반군의 방화에서 살아났던 이 포크레인은 이번 트럭 화재에서도 끄떡없었던 겁니다.

(4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