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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필(phil - feel)

필 은행에서는 전화&문자하지 마세요

by 고향사람 2012. 4. 3.

‘필리핀 은행 안에서는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지 마세요’

 

참 이상한 소리 같지만 이 나라에서는 ‘상식’ 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어떡하냐구요

-그렇다면 나가서 전화하고 들어오면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니까 말입니다.

 

필리핀은 아직도 ‘한 탕 주의’가 만연한 편입니다.

한 번에 위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일이라면 청부살인도 마다치 않으니까 말입니다.

은행에서 전화사용을 금하는 이유는 바로 많은 돈을 찾아 나가는

고객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흑심을 품은 일행 중 한 명이 은행에서 돈을 많이 찾아 나가는 이의

인상착의를 바깥 동료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런 경우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일행이 전화 내용을 확인하고

그 사람을 미행해 돈을 빼앗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

은행 안에서는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 안에서 전화기를 꺼내 문자 놀음이나 오락을 할 경우

가드가 다가와 제지를 시킵니다. 이런 현상은 차이나 뱅크가 가장 심합니다.

의심 많은 중국인들 답게 말입니다.

혹여 오는 전화가 있으면 밖으로 나가 받고

잠시 시간 땜방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필리핀 은행에서는 말입니다.

 

반면 이런 사실을 모르고 통화를 할 때 가드가 다가와서 뭐라 말하면

그게 바로 전화를 끊으라는 신호니까 그리 알고 대처하면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손으로 돈을 세고 다시 기계에 넣어 카운팅 한 뒤

이걸 뽑아 다시 세는 것도 이상하고

돈을 일정한 방향으로 꼭 맞춰야 하는 은행직원들의 습관도 우습고,

급한 전화도 못하게 하는 필리핀 은행이라 답답할 때가 많지만

참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 답답하게 합니다.

 

아-

필 은행에도 한가지 좋은 건 있답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말거나 언제나 빵빵하게 틀어 놓는 에언컨 바람은

한국 은행들이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는 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