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야 몇 살이니 했다가-

by 고향사람 2012. 2. 16.

필리핀 오지에 갔다가

길에서 한 여아를 만났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머리는 산발한 원주민 아이였습니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시골 장터라도 다녀 오는지

각자의 짐들이 그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여아 발밑에도 흰자루 하나가 보였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사탕 봉지가 있어 하나씩 꺼내 주며 물었습니다.

몇 살이냐고 말입니다.

아이가 대답대신 배시시 웃습니다.

내 말을 못 알아 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네 사람이 대신 대답합니다.

정확한 나이를 모른 다는 겁니다.

 

노인도 아니고-

무슨 영문인가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설명을 해 줍니다.

출생증명서가 없어 대충 어림잡아 나이를 정한다며 말입니다.

어른이 돼 갈수록 자기 나이를 정확히 아는 이들이 없답니다.

기실 나이가 필요 없기는 동네 사람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다닐 학교도 없고

군대에 갈 일도 없고-

그저 태어난 순서만 기억해 위 아래를 정하면 그 뿐입니다.

단순한 이들의 삶속에 끼어든 우리가 이상한 셈입니다.

 

왔다가면 그만인 세상

굳이 나이를 따지고 재산을 따지면 무얼하나 싶어집니다.

즐겁게 살다가면 그만 인 것을-

그러고 보니 어쩜 이들의 삶이 진정한 인생이 아닌가 싶어졌습니다.

 

이전투구 할 이유도 없고-

이참에 호미 하나들고 인적 드문 산골로 들어 가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살아 보면 어떨까-

 

하지만 나로 하여금 그곳까지 오염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냥 웃다 왔습니다.

그네들을 만난 기억만 가지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