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뻐-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교통문화의 상징인 ‘지프니 기사’만큼 바쁜 이도 없을 겁니다.
지프니는 짚차의 일종으로 필리핀 대중교통의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 없는? 뒷문으로 올라 타야하고
차비는 옆 사람 옆 사람을 거쳐 운전사에 전달해야 하며
비가 오면 등짝이 다 젖어야 하는 고충도 따르지만
서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차가 바로 지프니입니다.
에어컨은 그림자도 없고
천정도 낮아 앉은키가 큰 사람은 목 뼈 다치기 십상이고
가슴 패인 옷을 입은 아가씨나 아주머니는 허리를 숙이고 이동할 때
가슴골을 가리느라 한 손으로 옷섶을 여미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따릅니다.
그러나 운전기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옆에서 보면 정말 바쁘다 바뻐 소리가 절로 날 정도니까 말입니다.
기사의 사명은 운전을 잘 하는 겁니다.
그러나 지프니 기사는 운전만 잘 해서는 안됩니다.
시내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정류장 개념이 별로 없는 터라
달리면서도 목적지가 같은 손님을 눈여겨 보고 그 앞에 차를 세워야 합니다.
별도로 조수가 없는 지프니가 많아
직접 돈을 받으면 거스름돈을 챙겨주는데 지폐는 꼭 왼손가락에 일일이 접어 넣습니다.
20페소짜리가 그 대상입니다.
‘빠라뽀’ 소리를 놓쳐서도 안됩니다.
차를 세워 달라는 소립니다.
도중에 비가 내리면 차를 세우고 차창에 말아 놓은 커튼을 풀어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비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나마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엔진을 올린 지프니라 틈틈이 냉각수를 보충해 줘야 합니다.
달리다 멈추는 시간에 얼른 냉각수를 부어 줍니다.
조수쪽 문이 잘 안 열리는 것도 운전수가 해결해야 할 사항입니다.
기름을 넣을 때도 ‘풀탕’소리는 꺼내지도 못합니다.
겨우 1-2백 페소 넣으면 많이 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지프니 기사는 눈 코 뜰새가 없습니다.
여기에다가 조수석에 짧은 치마라도 입은 아가씨가 타면
힐끗힐끗 허벅지 훔쳐보느라 더 바빠집니다.
그럴 땐 이 말을 해 주고 싶어집니다.
-그 일은 내가 대신 해 줄테니 넌 운전이나 조심히혀 하고 말입니다.
필리핀서 가장 바쁜 이는 바로 지프니 기사라는 사실-
경험해 본 이들은 다 수긍이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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