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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3개 국어 알아듣는 우리 집 강아지

by 고향사람 2010. 4. 10.

우리 집에는 태어 난지 꼭 3개월 된 강아지 한 쌍이 있습니다.

여우 사냥개로 잘 알려진 ‘비글’입니다.

필리핀서 알게 된 지인이 선물한 것입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만해도 분유와 영양제를 젖병에 담아 먹였는데-

어느 새 훌쩍 커버려 지금은 사료를 잘 먹고 있습니다.

입을 벌려 보면 이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손가락을 대주면 무는 시늉을 해대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통증이 올 정도입니다.


커다란 긴 귀에 꼬리 끝에 묻어 있는 흰색,

그리고 맑은 눈망울과 브라운과 블랙 컬러가 조화된 털옷^^은

이 강아지를 이뻐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감들이기도 합니다.


덕분인지 몰라도 우리 집에서 도우미로 있는 피노이들도

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 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운전기사 봉은 볼 때 마다 ‘컴 온’소리를 해대고

필리핀 말인 따글로그만 하는 아떼 벨린은 ‘마간다’(예쁘다)를 입에 달고 삽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나 역시 ‘복동아 복실아 이리 온’하면서 강아지를 불러 댑니다.


그 때 마다 우리 집 강아지는 척척 알아듣고 열심히 달려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3개 국어를 다 떼어 버린 듯이 말입니다.

영어 공부한다고 몇 년씩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울 아들놈 보다 훨 낫습니다.


마누라한테 ‘명견이라서 머리 회전이 빠른 가 보다’며 자랑을 해 댔더니

마누라가 콧바람 소리를 내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명견 좋아하구 있네. 그래서 아직꺼정 똥 오줌도 못 가려-’


-차라리 똥개가 더 나을 것 같다는 말에는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니까’ 하고 소리는 질러 댔지만

정말 아침마다 마당 한 가운데에 잔뜩 만들어 놓는 ‘개똥 3층 탑’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궁시렁 거려 집니다.


-3개 국어 알아들으면 뭐하냐. 제발 똥이나 좀 가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