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살다보면 답답할 때도 많을 뿐 더러
실없이 혼자 웃어야 할 때는 더 많습니다.
세탁소에 옷 맡기러 가면 가지고 간 옷을 다 센 다음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로 계산을 할 때는 웃음이 나고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무게 안 나가는 손수건과 양말도 끼워 넣는다는^^
생수통에 들어 있는 물이 광천수인줄 알았다가
정수기로 걸러 낸 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황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저께는 한국서 가져온 양복 바짓단을 줄여 오라고 직원에게 맡겼습니다.
밤늦게 돌아 온 직원이 쇼핑백을 내 밀어 그 안에서 바지를 꺼내보니
기구절창하게 해 놨습니다.
밭 매러 갈 때 입는 작업복 처럼 해 놨기 때문입니다.
샘플로 보낸 바짓단이 한 번 접어 양쪽을 박음질 한 것이었는데-
그 흉내를 낸다고 했나 봅니다만
긴 바짓단을 잘라내지 않고 몇 번을 접어서 박아 놨으니-
두툼하고 뭉툭한 것이-
멀쩡한 양복바지를 작업복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솜씨 좋은 이가 무논에 들어 갈 때 맨손으로 바짓단 접은 것 만도 못해 보였습니다.
입어보니 깡총한 것이 도무지 낮에는 입고 다닐 옷이 아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면도칼로 박음질을 뜯어내고 꾹꾹눌러 다림질을 해댄 후에야
그나마 입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이가 바로 고향집 근처 아줌니입니다.
나뭇가지에 찢긴 잠바도 품 큰 바지도 그 니 손에만 거쳤다 오면
멀쩡해 지는데 말입니다.
-필리핀에는 어디 솜씨 좋은 아줌니 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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