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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이렇게 돼서 ‘공짜 콜라’를 마셨습니다

by 고향사람 2009. 11. 3.

필리핀서 살면서 처음으로 가게 주인한테

공짜 콜라를 받아 마셔야 하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상황이 묘해서 안 마실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 웃지 못 할 사건은 따글로어만 잘 하는 가게 주인과

영어도 잘 못하는 나로 인한 공동작품이었지만 실익은 내가 챙겼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폐차시킬 자동차가 있어 상담을 하던 중

그 차를 사겠다는 자동차 공업사 직원을 만나게 됐습니다.

자그마한 깐띤(구멍가게)에서 가격 흥정을 하던 중

서로 열이 받자 콜라 큰 병 하나를 시켜 마셨는데-

자동차 공업사 직원이 갑자기 자기 사무실에 가서 계약을 하자는 바람에

콜라 값 치르는 것을 깜박하고 이동을 한 것입니다.


이날 오후 서류를 챙겨 정식 계약을 하러 와서 보니

콜라 값을 지불하지 않은 게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깐띤부터 찾아가 17페소를 지불 했습니다.

‘아까 마신 콜라 값’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아줌니 또 댓자(2리터) 콜라 한 병을 내 놓은 겁니다.


‘아냐 아니라구 이건 아까 먹은 콜라 값이랑께’

그래도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필리피노 아줌마.

보다 못해 내가 콜라 병을 집어 아줌니 앞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다시 갖다 놓으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이 아줌니 치맛단까지 들춰가며 잔돈을 다 꺼내 세면서

내 앞에 17폐소를 내 놓는 겁니다. 콜라 값을 돌려 준 셈입니다.


‘캬- 이게 아니라니까’

필리핀 말인 따글로그만 아는 이라 도무지 이해를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같던 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냥 마시자고-. 그게 이 아줌니 도와주는 일’이라며 말입니다.


점심 먹고 후식으로 콜라 한 캔씩 까고? 나왔는데-

둘이서 다시 댓자 콜라 한 병 다 마시느라 배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도 한 잔 마셔. 우리를 위해-’

깐띤 주인 아주머니에게 잔을 내밀어도 그건 또 싫답니다.

남겨 놓으면 버릴 것 같고-

음식 남기는 건 우리 집 가훈을 어기는 거고-

암튼 외상값 갚으러 갔다가 엉뚱하게도 공짜 콜라 한 병 먹느라 죽을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평소에는 콜라 한 모금만 마셔도 트림부터 하는데-

이날 마신 콜라는 아직도 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