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안 좋아 소싯적부터 ‘돌대가리’ 소리만 듣던 나.
근디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져 이제는 돌중에서도 ‘금강석’에 가까울 정도인데-
나를 뺨치는 이들이 있으니 우리 현장에 있는 필리피노 일꾼들입니다.
지난 토요일 밤엔 비가 엄청 내려 웅덩이에 고인 물을 품어 내는 게 급선무여서
워터펌프를 설치하고 엔진을 돌렸지만 몇 분 돌다가는 금세 시동이 꺼지는 겁니다.
재차 삼차 해 봤지만 역시 마찬가지-
그러자 필리피노 일꾼들이 모여들더니 하나 같이 소리 질러 댑니다.
휘발유를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도 슈프림급, 그러니까 최고 좋은 휘발유를 사왔는데
레귤러급인 중간 치기로 바꿔야 한다고 아우성을 해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는 필리핀내 휘발유 종류까지 설명하면서 바로 바꿔야 한다고 우기는 이가 있어
할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새 휘발유를 사오게 했습니다.
한 번 나가면 세 시간 내에는 돌아 올 수도 없는 먼 길인데 말입니다
막상 좀 더 나쁜 휘발유를 사오라고 시키긴 했지만
설마 하는 심정으로 엔진을 체크하면서 시동을 계속 걸게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하자 엔진이 잘 돌아가면서 웅덩이 물을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내 입에서는 ‘야 이 돌대가리들아-. 좋은 기름을 쓰면 더 잘 돌아야지 엔진이 안돈다고 그 보다 못한 휘발유를 넣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
2개 국어를 쓰다보면 참 좋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말로 막 씨부렁대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지들도 가끔 그럽니다^^)
호스를 연결할 때도 그렇습니다.
중간에 플라스틱 파이프를 잘라 넣고 양쪽 호스를 이어 놓으면 되는데-
그 비싼 쇠파이프를 사오라는 겁니다. 플라스틱 파이프는 길어서 안된다는 겁니다.
‘잘라서 쓰면 되지-’
거기까지도 견딜만 한데 호스를 잇는데 반생이(노가다 용어- 철사)로 조이니
물이 질금질금 새 나옵니다. 그걸 보면 내 거시기서도 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요실금 처럼 말입니다^^
필리피노들이 설치한 것을 다 뜯어 내고 오토바이용 헌 튜브를 잘라서
고무줄을 만들고 그걸로 호스를 조여 줬더니 필리피노들이 감탄을 합니다.
촌에서 농사 몇 개월 지어 본 솜씨가 이런데서 발휘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안되는 돌대가리들.
그래서 우리 일터는 내 ‘스톤헤드’와 더불어 환상의 콤비를 이룹니다.
내가 필리피노들과 같이 있으면 ‘돌 밭’이 되고 나와 필리피노가 머리를 맞대면
‘돌탑’이 됩니다. 다 머리들이 돌이라서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일터가 잘 굴러 가는 걸 보면
가끔 다이아몬드 같은 금강석이 섞여 있어서인가 봅니다.
그 금강석이 바로 나-라고 하면 또 웃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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