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 운전기사 중에는 ‘대니’라는 필리피노가 있습니다.
서른다섯에 이혼을 두 번이나 했지만 배불뚝이 외모 만큼이나
사람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하이바’로 통칭되는 ‘안전모’를 벗을 줄 몰라 한다는 겁니다.
운전할 때는 물론이고 밥 먹을 때나 심지어는 백화점에 들어 갈 때도
이 안전모를 벗지 않아 한 번은 심각하게 물어 봤습니다.
근데 대답이 더 걸작입니다.
자기가 엔지니어처럼 보이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랄하구 있다. 니가 엔지니어로 보이면 나는 대통령 처럼 보일거다-
물론 속으로 웃고 넘어 갔지만 ‘하이바’에 대한 집착이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잖아도 햇볕이 장난이 아닌 나라에서
챙이라고는 콧물 흘러내리는 것도 못 막아 줄 것 같은 하이바 테두린데-
그 안전모자를 쓰고 땡볕아래 서 있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챙 넓은 밀집 모자를 사 줘도,
스포츠 모자를 건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댑니다.
자기는 안전모가 최고라며 말입니다.
머리통이나 작아야지- 반은 걸치다 싶이한 안전모를 고집하는 운전기사를 보면서
이 녀석을 한국에 보내면 어떨지 싶어져 혼자 웃곤 합니다.
노가다도 쓰기 싫어하는 안전모를 엔지니어링 같다는 이유로
백화점까지 쓰고 다니는 우리 운전기사 대니-
시간나면 안전모 하나 바꿔줘야 겠습니다.
민방위 훈련 때 쓰는 화생방 마크가 선명한 것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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