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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이걸 어쩌죠, 걱정이 태산이네요

by 고향사람 2009. 2. 24.

연거푸 딸만 낳아 은근히 눈총?을 받고 있던 외사촌 아우가

삼수 만에 아들을 생산하고 이번 토요일 밤에 돌잔치를 했습니다.

덕분에 ‘평안오복자천래’(평안과 오복이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바람) 라고 쓴

봉투룰 마련해 상경했습니다.

우리 집 대표 축하 사절단으로 말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뷔페식당서 치러진 돌잔치에는 일가친척은 물론

내가 모르는 외부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조카를 한 번 안아주고 먼저 온 일가친척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노신사가 아는 체를 하면서 다가왔습니다. 그러더니 불쑥 손을 내밀며 하는 말이

‘아버님 안녕하시죠’하는 것이었습니다.

엉겁결에 ‘예’하고 대답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만난 적도 없는 이었습니다.


아마 나와 닮은 어떤이와 착각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가족들과 맛나게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돌잔치가 다 끝날 무렵

또 그 노신사가 와서는 다시 인사를 합니다.

-아버님께 꼭 안부 좀 전해 달라고 말입니다. 전혀 본 적도 없는 이가 자꾸 그러는 겁니다.


아무튼 이 소리를 듣고 걱정이 태산 같아 졌습니다.

아직 20-30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꼭’이란 말을 자꾸 강조하면서

안부를 전해 달라는 노신사의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이를 어쩐담-


왜냐면 아버님은 이미 5년 전에 작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어디쯤에 계실 텐데 그 아버님을 찾아가 안부를 전하기가 그래서입니다.

그렇다고 모르체 하자니 그 노신사한테 미안하고-

암튼 이날 음식 잘 먹고 친척들 만나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 신사의 정중한 부탁 때문에

아직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어찌해야 우리 아버님께 안부를 잘 전해 드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라도 슬쩍 귀뜸해 주셨으면 하는데,

역시 힘들겠지요. 그래서 시방 걱정이 태산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