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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귀농 첫 투자로 코란도 밴을 샀는데-

by 고향사람 2009. 2. 26.

필리핀서 살다 고향집으로 와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새로 장만한 차가 코란도 밴이었습니다. 시골서 운행하기에는 승용차 보다 지프가 유리할 것 같고, 그중에서도 짐을 실을 수 있는 밴이 났겠거니 싶어서 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프는 경운기 못지않게 논밭 한 가운데까지 들어 갈 수 있었고, 비료나 쌀부대를 잔뜩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경운기보다 그 활용도가 훨씬 나았으니까 말입니다.


서울을 비롯 외지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할 때 배추나 무를 싣고가서 나눠주기도 편했고, 도심서 필요 없는 목재 등을 싣고 와서 아궁이에 땔 수도 있어 더 좋았습니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까닭에 좌석 두 개로도 충분했고 말입니다. 처음으로 밴이 좋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요. 겨울 끝자락에 경기도 수동에 사는 막내 아우네에 쌀과 콩 김치등을 갇다주고 돌아오다가 그만 응달에서 녹지 않은 얼음길을 만나 쫘-악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길옆에 있는 전신주를 들이 받고서야 겨우 멈춰 섰는데-. 차가 만신창이가 돼 버렸습니다. 도저히 고칠수가 없어 폐차 시키고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남들은 몸을 크게 안 다쳐 다행이라고 위로하지만, 지프를 폐차하고 나니 당장 가슴 한 켠이 훵 해져 버렸습니다. 생애 첫 교통사고 치고는 제대로 일 냈던 셈입니다.


내 몸 역시 찢어지거나 부러진 곳은 없지만 전봇대와 충돌하면서 이리저리 너무 많이 부딪쳐 ‘억살’이 들어 버렸나봅니다. 팔다리어깨-목, 은근히 쑤시고 결리는 게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죽을 맛입니다. 농사짓겠다고 일찌감치 차부터 밴으로 바꿨는데-,

하지만 ‘시련은 있지만 그래도 올 농사는 내가 짓는다’며 몸을 추스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