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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오스 이야기

‘발룻’ 먹으러 야시장에 가다

by 고향사람 2008. 9. 23.

어제는 ‘준’이와 ‘건’이랑 같이 야시장엘 갔습니다.

필리피노들이 즐겨 먹는 간식인 ‘발룻’을 맛보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먹어 보진 않았지만 ‘몬도가네’식 음식인 발룻은

먹는 상상만으로도 얼굴을 찡그리게 합니다.

그런 걸 먹으러 가자고 하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사래질부터 칩니다.

수연이는 아예 자기 방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먹는 것은 육해공군 안 가리는 준이 나섰습니다.

맛 좀 보겠다는 겁니다.

의기투합하여 ‘판당소라’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수북하게 쌓여 있는 발룻 가판대에 가서는 무조건

제일 큰 것을 집어 박치기로 껍질을 까고 왕소금을 쳐 먹기 시작했습니다.


부화되기 직전의 오리새끼가 껍질 속에 숨어 있었지만

그걸 단숨에 입어 넣고 씹어야 헛구역질이 나오질 않습니다.

왕소금과 샤니강(식초종류)을 쳐 먹으면 더 좋습니다.


준이는 껍질을 까보더니 도저히 입에 넣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 주고 산거니까 아까워서 먹어야 겠다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눈을 찔끔 감고는 먹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있던 필리피노들이 신기한 듯 몰려 듭니다.

덕분에 이날 발룻 포장마차는 매상이 많이 올랐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더 동건이도 한 개 건네주자 스스럼 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국물까지 맛나게 먹어 물어 봤습니다.

‘너 발룻 먹을 만 해 징그럽지 않아’

그러자 준이 형이 먹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발룻은 쫄깃쫄깃한 게 꼭 생고무 씹는 기분인데, 그 맛은 오히려 고소합니다.

너무 밝은 대낮에 먹기에는 징그러워 발룻은 저녁에 먹어야 제 맛이 더 납니다.

이날 발룻 다섯 개를 사서 두 개만 먹고 나머지는 우리 집 아떼들 갖다 주었습니다.

그러자 너무 좋아 합니다.

발룻은 역시 피노이들의 간식거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