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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필(phil - feel)

빗자루 하나 샀지요^^

by 고향사람 2018. 1. 27.





산책을 하다보니

길가 엉성한 집 문이 빼꼼 열려 있고

그 싸립문 곁에 빗자루 3개와

장작 서너 꾸러미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문 틈 사이론 너댓살쯤 돼 보이는 여아(女兒)

물건?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그 앞을 지나고 나서야

그 소녀가 생각납니다.

-그려. 한 개 사주는 게 예의지.

 

일부러 걷던 길을 돌려 소녀 앞으로 갔습니다.

-삘라 다우(얼마니)

대답대신 얼른 문 뒤로 숨습니다.

 




 

내 얼굴이 여자들이 피할 정도는 아닌데-

이 소녀한테는 그게 아닌가 봅니다.

낯선 이방인이라선지

결국 소녀의 수줍음 때문에 흥정도 못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내가 누굽니까

나중에 다시 가보니 외출했던 식구들이 들어 와 있었습니다.

인상 좋은 할머니한테 자초지종을 물으니

손녀가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합니다.


할머니한테 25페소 주고 빗자루 한 개 사왔습니다.

내가 쓸 일은 없지만 사무실에 가져다 놓으면

누군가가 훔쳐 가든지? 아님 잘 사용할테니까 말입니다.


필리핀서 사는 재미-

이런거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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