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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 동감

외국서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인(조선일보 기사)

by 고향사람 2017. 1. 25.

외국서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인

구성·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7.01.25  (조선일보)

외교부의 '재외국민 사건ㆍ사고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외국민 피해 규모는 2011년 4,458명, 2012년 4,594명, 2013년 4,967명, 2014년 5,592명에 이어 2015년에는 8,297명을 기록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1년에서 2015년까지 5년간 발생한 재외국민 피해 인원(2만 8,268명) 중 살인, 강도, 강간, 납치 등 강력범죄에 따른 피해가 17%(4,74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공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대사관(大使館)

대사를 장으로 하는 외교사절단이 주재하는 공관이다. 보통 특명전권대사가 파견된 나라의 수도에 놓여 특명전권대사의 국가를 대표하면서, 파견국에서의 외교 활동의 거점이 된다. 그뿐 아니라 사증과 증명서를 발급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문화 교류 활동, 타국 정보 수집 활동, 국제 회의와 교섭 준비 등의 업무를 실시한다.

공사관(公使館)

공사가 주재지에서 사무를 보는 공관(公館)으로 외교사절의 지위에 따라 공사관도 일정한 특권을 가진다. 공사관에는 자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자국의 문장(紋章)을 붙일 수 있다. 공사관은 물론이고 공사관의 문서와 서신 등도 불가침이며, 상대국의 정부는 그 보호의 의무가 있다. 공사관은 치외법권을 가지나, 화재 등 긴급한 사태나 상대국의 정당한 자위행위 등의 경우는 예외이다. 현재에는 이 특권이 크게 축소되어 형사범이 공사관에 피신하였을 때는 범인 인도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적 도피자의 비호권도 국제법의 일반원칙으로는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근래에는 공사가 줄고 대사가 늘어나는 경향이 커져서 공사관의 수도 줄고 있다.

영사관 (領事館)

영사가 주재국에서 직무를 보는 기관이다. 사증 발행, 증명서 발행, 자국민 보호, 타국의 정보 수집, 그 나라와의 친선 관계, 국제 회의와 교섭의 준비 등을 맡아서 한다. 대사관이 주재국의 수도에만 두는 것과는 달리 영사관은 주재국의 수도에서 떨어져 있는 도시에 설치된다. 또한 대사관은 국가승인을 해야 설치할 수 있지만 영사관은 국가승인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 외교부 설립목적

1. 외교정책의 수립·시행

2. 다자·양자 경제외교 및 국제경제협력외교

3. 대외경제 관련 외교정책의 수립·시행 및 총괄·조정

4. 조약 및 그 밖의 국제협정에 관한 사무 관장

5. 문화협력, 대외홍보에 관한 사무 관장

6. 재외동포 정책의 수립 및 재외국인 보호·지원

7. 국제정세의 조사·분석 및 이민에 관한 사무 관장

하지만, 현실은…

해외여행객 늘면서 영사업무는 급증

실제로는 문자메시지만 보내는 수준…

2016년 3분기 출국자는 2015년 3분기(502만 명)보다 20.5% 늘어난 605만 명이었다. 이렇게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영사업무는 급증했지만, 이를 실행할 공관의 능력은 아직도 역부족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기 김선일 씨 사망 사건과 샘물교회 피랍 사태가 벌어져 영사신고센터를 만들고 핫라인을 운영하는 등 대대적으로 재외국민 보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문자메시지만 보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외관광을 하는 국민에게 문자메시지만 보내는 형식적인 연락망 외에 재외공관 직원과 경찰, 영사가 한번에 연결될 수 있는 전산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본부와 현지에 함께 기록이 남는 자동녹음 시스템이 갖춰지면 놓치는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한 영사업무 운영, 미숙한 대응

최근, 대만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관광객들이 대만 주재 한국 대표부에 연락했을 때와,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한국 사업가가 현지 경찰에 납치돼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을 때도, 영사국 매뉴얼과 24시간 운영된다는 영사콜센터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1월 멕시코에서 인신매매 범죄자로 몰려 한국인 여성 양 모 씨가 구금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사국 공관원들은 영사지침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왔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실무자들의 미숙한 업무대응과 안일한 태도다. 지난해 10월 주멕시코 대사관에서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대사관은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2016년 4월, 감사원이 발간한 '재외국민보호 등 영사업무 운영실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재외국민이 체포되거나 구금됐음이 확인된 2,968건 중 1,275건(43%)은 영사 면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면회가 이뤄진 경우도 147건이었다. 해외 체류 중인 국민이 비상시 연락할 수 있는 영사 핫라인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2015년 11월 감사원에서 영사 핫라인 운영실태를 확인한 결과, 149개 공관 중 42개 공관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잘못된 번호를 기재해 놓는 등 연결이 되지 않았다.

줄줄 새는 외교 혈세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불법 운영·각종 비리

재외공관 관련 각종 비리가 드러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해외 주재 외교관이 음주 뺑소니 사건을 일으키고도 이를 쉬쉬하고, 정당한 채용 절차 없이 부인과 딸을 공관 직원으로 채용해 9,300여만 원을 지급하는 등의 비리가 감사 결과 드러났다.

관리한다는 정치인들, 감사원은?

그동안 주미(駐美)·주중(駐中)·주일(駐日) 대사관은 날씨가 좋은 봄·가을이면 몰려드는 정계·관계·재계 인사들로 몸살을 앓아왔다. "외교관 업무의 절반 이상이 접대"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베이징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공항에 영접 나가고 식사 대접 하는 건 일도 아니다"며 "한국에서 불쑥 전화를 걸어 '누구를 만나도록 일정을 잡아달라', '어디를 시찰하게 해달라'고 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대거 해외 방문을 하기 때문에 공관 업무가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주프랑스 대사관의 경우 많을 때는 일주일에 2~3차례씩 공관 직원이 공항에 마중 나간다. 파리는 다른 유럽 지역을 방문하는 의원들이 경유를 하면서 1~2일씩 머무는데, 이런 경우 의원들의 개인 일정을 모두 챙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외교관은 성범죄까지

칠레 대사관에서 문화·공공외교 등을 담당했던 박 참사관은 작년 9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만난 14세 안팎의 현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 제보를 받은 칠레 현지 방송사는 다른 여성을 박 참사관에게 접근시켰고, 박 참사관이 이 여성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방송해 현지인들의 공분을 샀다. 국내로 소환된 박모 참사관은 작년 12월 27일 파면 처분을 받았다.

외교부 홈페이지의

해외여행시, 위기상황별 대처 매뉴얼외교부는 해외여행 중 위기 상황에 처했을 경우의 대처 매뉴얼을 각 상황별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다. 해외에서 돌발상황에 처했을 경우, 참고할 만한 정보인 건 분명하니 염두에 두면 좋다. 하지만 이것도 각 재외공관이 제 기능을 할 경우에 소용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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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보호법은 어디로 가나

2016년 7월,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재외 동포와 해외 여행객을 위험 상황에서 보고하기 위한 '재외국민 생명·재산 보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최근 해외여행객이 연 2,000만 명, 해외에 거주ㆍ체류하는 재외동포가 700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사건ㆍ사고로 피해를 보는 재외국민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데 따른 조처다.

김 의원은 "늘어나는 재외국민과 피해 규모에도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재외국민을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가 취약하다"며 "재외국민 보호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체류 중인 국민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재외국민을 '국외에서 거주ㆍ체류 또는 여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의하고 대통령 소속 '재외국민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재외국민 보호와 지원에 필요한 경비를 국가가 지원하고 심의하도록 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국민이 각종 사건 사고에 노출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하고, 담당자들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데에 국민은 회의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외공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국민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는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 뿐이다.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在外)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다. '자국민 보호'는 헌법으로 정한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일부 공관과 공무원,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국민,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이 현실이 하루빨리 바로잡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