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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 동감

필리핀 최북단의 섬 바타네스

by 고향사람 2016. 3. 18.

궁극의 호사는 자연..필리핀 최북단의 섬 바타네스

  시티라이프 | 입력 2016.03.17 10:06



최고의 호사는 자연을 누리는 것이다. 여행에서, 더 높은 차원의 호사를 계속해서 추구하다 보면 종국엔 이런 곳에 닿지 않을까? 하얀 등대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평화로운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세상의 끝. 필리핀의 바타네스로 떠나보자.

바타네스는 필리핀의 가장 작은 주이며, 최북단에 위치한 1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리핀 주섬인 루손(Luzon)보다 대만(Taiwan)에 오히려 더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수도인 마닐라에서 860km, 루손의 북단 아파리(Apparri)에선 280km, 대만의 남쪽에선 190km 떨어져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 곳을 ‘세상의 끝’이라고도 하고 바람이 많아서 ‘태풍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고요한 세상 끝, 바타네스의 메인 바탄섬

필리핀 사람들도 죽기 전에 한 번은 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호기심을 가득 안고 마닐라에서 국내선에 탑승했다. 바타네스의 바탄섬, 바스코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는 모두 오전 출발이라 마닐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두근대는 가슴으로 비행기에 올라 한 시간 반 남짓 지나니, 끝없이 펼쳐지던 짙푸른 바다가 에메랄드 빛으로 서서히 변하면서 바스코 공항에 착륙한다.

바타네스의 10개 섬 중에 사람이 사는 섬은 바탄섬과 이바야트섬, 삽탕섬이고 셋 중 공항이 있는 메인섬은 바탄섬이다. 바타네스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이바탄’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타갈로그어, 영어와 함께 자신들만의 언어 이바탄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산호, 석회암으로 만든 이바탄 전통 가옥을 짓고 살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바타네스엔 약 1만8000명의 이바탄들이 거주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만난 순수한 이바탄들을 보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느슨하고 평화로운 삶을 꾸리는 욕심 없는 사람들이 주인인 이 곳은 충만하고 또 충만했다.

차와뷰덱
차와뷰덱
바탄섬은 훼손되지 않은 태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다. 굽이굽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에는 방목된 동물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고, 시선을 조금 멀리 가져가면 파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언덕 위에는 그림처럼 하얀 등대가 보였다. 푸른 바다, 녹색의 언덕, 그리고 구름을 가득 머금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라야 산의 절경은 이곳이 정말 세상의 끝이라 해도 믿어질 듯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곳에 그 흔한 골프장 하나, 특급호텔 하나 없는 것이 이상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정부의 조치라고 한다. 이바탄들의 순수한 삶의 방식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제약을 두어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바탄이 아닌 외부인들은 이곳의 주민이 될 수도, 땅을 사거나 비즈니스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 외부인이 이곳에 살 수 있는 경우는 오직 이바탄과 결혼을 했을 때 뿐이라 하니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탄섬 여행은 가이드를 동반하여 남쪽, 북쪽으로 나누어 하루씩 할애하고, 나머지 하루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가이드 투어를 꼭 권하는 것은 그(녀)와 함께여야 이바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00% 이바탄 현지인 가이드다. 동행하면 이바탄 사람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치 좋은 전망 포인트들을 찾아가고, 소박한 이바탄 전통 식사를 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이바탄들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는 것이 다른 지역과는 다른 바타네스 관광의 중요한 포인트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2박 3일 동안 이바탄인과 동행한 바탄 투어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큰 기회가 되었다. 바탄섬에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절경 포인트들이 곳곳에 많다. 서쪽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차와전망대, 완만하고 둥근 언덕들에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인 롤링힐즈, 바닷가 절벽 언덕 위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라쿠아파야만은 꼭 방문해야 할 바타네스의 3대 비경이다. 라쿠아파야만은 ‘말로보 광고에 나오는 곳을 연상시킨다’ 하여 ‘말보로 카운티’란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바타네스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집 다케이 하우스, 바타네스 엽서 사진에 꼭 등장하는 바스코 등대와 타이드 등대도 이곳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오래 머문다면 마타람산과 이라야산에서 할 수 있는 트래킹이나 액티비티도 추천하고 싶은 체험들이다.

▶이바탄 전통 문화 체험, 삽탕섬 여행

생체시계가 바탄섬의 느슨한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이바탄 전통문화와 소박한 바타네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보기 위해 삽탕섬으로 이동했다. 삽탕섬 여행은 이바탄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바타네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바탄섬의 이바나 항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30~40분 배로 가야 삽탕에 도착하는데, ‘팔루와’라고 불리는 밑이 둥근 배를 타고 간다. 삽탕에서 일박을 하고 오는 것이 더 여유롭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반나절 투어만 한 후 오후 배를 타고 다시 바탄섬으로 나올 수 있다.

돌로 만든 이바탄 전통집
돌로 만든 이바탄 전통집
삽탕은 6개의 전통 촌락 마을로 이뤄져 있다. 전통 문화를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차바얀 마을과 자연과 전통이 절묘하게 조화된 사비독 마을, 그리고 리틀 홍콩이라 불리는 숨난가 마을, 세 동네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차바얀 마을은 이바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마을의 좁은 골목길들을 따라 투박해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전통가옥들을 볼 수 있다. 언뜻 제주도의 돌집과도 닮은 꼴인 이바탄 하우스들은 산호를 구워 벽을 세우고 ‘코곤(Cogon)’이라는 풀을 수십 겹 엮어 지붕을 씌웠다. 벽의 두께는 최대 50cm 정도가 될 정도로 두꺼운데 이는 거센 바람과 태풍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쌓아 올린 산호와 돌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창문과 바람에 휘날리는 천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차바얀 마을엔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전통집이 여러 군데 있는데, 필리핀 톱스타들도 묵고 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필리핀 야자나무인 코곤잎을 엮어 이바탄 하우스 지붕을 만드는 법, 마른 풀을 빗어내려 우천시 가발처럼 착용하는 머리장식 ‘바쿨’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직접 해보는 체험은 차바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코곤잎으로 만든 지붕이 남아있는 유일한 성당인 차바얀 채플까지 둘러본 후 사비독 마을. 이동한다. 야자수가 빼곡히 들어선 높은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앞으로는 파랗게 반짝이는 바다가 흐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의 마을엔 작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노는 아이들이 순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틀 홍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숨난가 마을에선 마침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삽탕섬 6개의 마을에서는 각각 1년에 한 번씩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때는 섬 사람 모두를 마을로 초대해서 며칠 동안 함께 먹고 즐긴다고 한다. 풍성한 음식을 여럿이 나누어 먹고, 잔디밭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춤을 춘다. 우리네 옛 잔치가 그러하듯 삽탕축제 또한 후한 인심이 특징이다. 바타네스의 다른 지역과 달리 삽탕 사람들은 평소에 고기를 먹지 않고 축제기간에만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삽탕섬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이곳에서 1박을 한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한다. 바타네스 전체를 통틀어 소란스런 밤 문화는 없다. 오직 파도소리만 들리는 바타네스의 밤 바다와 머리에 쏟아지는 별들만이 당신의 밤 친구다.

이바탄 전통식 바비큐
이바탄 전통식 바비큐
▶집 밥처럼 입에 붙는 이바탄 음식들

바타네스에 머무르는 동안 푸짐한 한상차림의 전통식 경험이 즐거웠다. 수북한 밥과 국(수프)이 나오고, 여러가지 요리들이 테이블에 가득 차려져 반찬이 되었다.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는 수프 시니강, 필리핀식 갈비찜 아도보, 생선 요리, 채소 볶음, 고기 바비큐 등 우리네 밥상과 구성, 조리 방식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식사를 마치면 등장하는 디저트로는 고구마 튀김인 카모테큐(Kamote Cue), 쌀로 만든 디저트 비빙카(Bibingka) 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맛탕과 약밥이 떠오를 정도로 맛도 모양도 비슷했다. 바타네스에 있는 동안 일행 누구도 음식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없다. 강황가루를 넣고 찐 노란 밥, 코코넛즙으로 낸 단맛, 처음 접해 보는 채소들의 오묘한 식감은 오감을 자극했고 매끼 식도락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곳이다. 바람이 많은 바타네스의 주요 작물은 뿌리 식물들이다. 마늘, 강황, 카사바 등을 재배하고 쌀 농사는 하지 않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최북단의 이바얏섬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적어도 2박 3일이 더 필요한 여정이라, 아쉬운 마음을 언제나처럼 기약 없는 다짐으로 위로해 본다.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오고 싶어지는 곳, 이곳은 그때도 변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드는 곳이라 안심이 된다.

바타네스의 산

마타람 산(MT. MATAREM )은 휴화산으로 495m 높이. 바스코에서 8km 떨어져있고 이라야 산(MT. IRAYA)은 1517m로 바탄섬에 위치한다. 마지막 화산 활동은 서기 505년. 트래킹 등 많은 액티비티가 이루어 진다.

바타네스의 성당들

산토 도밍고 성당은 바스코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산토 도밍고 성당은 바스코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바탄섬, 삽탕섬을 포함한 바타네스 전체에는 총 10개의 성당이 있다. 대부분 18세기와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태풍과 지진에 견디기 위한 튼튼한 돌벽과, 코곤잎으로 만든 지붕이 있었다.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모습이 변한 것들도 많다. 성당은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투콘 언덕 위 카르멜 산 채플(Mt. Carmel Chapel)은 이바탄 전통 양식대로 돌을 쌓아 꼭대기에 나무 십자가를 올린 특유의 소박한 형태로 지어졌는데, 작고 투박한 외부 분위기와 달리 내부는 유럽풍의 장식물들과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져 있다. 소박한 바닷가 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순백의 산 카를로스 보르메오 성당(Mr. Carlos Bormeo Chapel) 역시 빨갛고 노랗게 칠해진 첨탑의 종과 이국적인 문양에서 스페인 문화가 엿보인다. 1789년 지어졌고 아직도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산 빈센트 페르 성당(San Vincenter Ferer Chapel)은 삽탕에 도착하는 항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1785년에 시작해 1844년 바위와 석회암으로 확장해 지었다. 하늘을 향해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조각상들과 화려한 치장 없는 순백의 교회가 신에게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산토 도밍고 성당은 19세기 초에 지어졌다가 지진에 의해 망가져 2011년에 재건했다. 바스코에 위치해 바스코 성당(Basco Cathedral)이라고도 부른다. 1814년에 지어진 산조세 성당(San Jose Church)은 삽탕섬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이바나 항구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인 바스코에서 14km 거리에 위치한다. 삽탕섬의 산토 로사드리마 채플(Sta. Rosa de Lima Chapel)은 차바얀 빌리지에 위치하며 코군 지붕, 돌벽이 그대로 남아있어 보존가치가 있는 성당이다.

바스코등대
바스코등대
바타네스의 등대들

Basco Lighthouse 바스코 등대

나이디(Naidi)언덕에 위치. 2003년 완공. 필리핀해와 바스코 시내, 이라야산의 전망을 볼 수 있다. 6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층에 전망대가 있으니 꼭 올라가 볼 것.

Tayid Lighthouse 타이드 등대

마하타오(Mahatao)에 위치해 있으며 2004년 완공되었다.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등대이며 바탄섬 동쪽 언덕에 위치해 있다. 언덕들, 산, 절벽 등과 어우러진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다. 말로보 컨트리에서 잘 보인다.

Sabtang Lighthouse 삽탕 등대

삽탕에 도착하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 있다.

추천 레스토랑

Vunong Dinette 부농 디네뜨

진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가격 가정식 백반 한상 1인 p300

주소 Taytay Road, Bgy. Kayhuvokan, Basco, Philippines

Tel +63 999 991 9447

Marconine’s 마르코나인스

가장 경치 좋은 말보로 컨트리의 초원 위 오두막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주소 Barangay Hanib, Mahatao, Batanes 3901, Philippines

Tel +63 926 870 1581

Pension Ivatan Restaurant 펜션 이바탄 레스토랑

바타네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식당으로 숙박도 겸하고 있다. 한 소쿠리에 브레드프룻 잎을 깔고 그 위 아도보, 꼬치 요리, 씨푸드를 푸짐하게 담아 나오는 이바탄 플래터가 최고의 인기 메뉴다.

가격 이바탄 플래터 Small p450, Medium p700, Large p950

주소 Barangay Kayvalugan, Basco, Batanes, Philippines

Tel +63 999 562 4395

Octagon Bed & Dine 옥타곤 베드앤다인

이름처럼 이국적인 팔각정 건물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작은 호텔을 겸하고 있다. 언덕 위 테라스에서 등대, 초원, 태평양 등 압도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곳.

주소 Sitio Disong Barangay Kaycharianan Basco, Batanes, Philippines

Tel +63 939 645 1744

[글과 사진 조은영 여행작가(㈜어라운더월드 대표) 사진 이창주, 지도 구글맵]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20호 (16.03.2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