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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 마카오

히타 넣어 달랬더니 진짜 히터를 가져오더이다

by 고향사람 2016. 1. 25.


홍콩서의 첫날 밤.

행사 단단히 치른 기억이 생생합니다.

비행기가 상당히 지연돼 밤 11쯤 홍콩 공항에 도착해

부랴부랴 고속전철을 타고 시내까지 들어 왔는데-

예약한 호텔 찾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묻고 묻고 또 묻고-

겨우 찾아낸 호텔.

그런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에어컨 통풍구에서는 찬바람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온도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있어

30도로 올려 놓고 잠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잤을까-

너무 춥다고 느끼면서 잠이 깼습니다.

시간은 새벽 두시 반.

바람은 확인해 보니 여전히 찬바람이 나왔습니다.

이런 쓰-벌.


다이얼이 고장났는지 어쩐지 계속 찬바람만 나와 데스크에 전화를 했습니다.

-시방 찬바람만 계속나옹께 히터 좀 넣어줘.

알았다는 대답을 듣고 다시 잠자리에 누었는데 한 5분쯤 뒤에

누군가가 방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일어나 문을 열어 봤더니 호텔 시설팀인 듯한 사람이

진짜 히터를 들고 왔습니다.


- 히터 좀 넣어(틀어) 달랬더니 진짜 히터를 가져왔으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어졌습니다.

내 영어 실력이 형편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정도인가 싶은 생각이 드니

앞으로 남은 여행일정이 걱정됐습니다.


- 아니 히터를 틀어 주면 되지 왜 이런 걸 가져와유.

당황해서 내가 물으니 그가 퉁명하게 대답합니다.

우리 호텔은 뜨신 바람은 안 나온다고-

-아하! 그래서 히터를 넣어 달랬더니 정말 히터를 가져온 거구나.

좀 이해는 되긴 했지만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라디에이터형 히터를 가지고 와 주의 사항까지 설명하고 돌아 서는

시설관리팀 사람.

한 밤중에 일어나 당황하긴 나나 그 친구나 다를 바 없었을 겁니다.

홍콩여행은 이렇게 시작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