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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영남 알프스 산행

by 고향사람 2014. 10. 21.

 

 

 

‘위키백과’ 사전에는 영남 알프스를 -영남 동부지역에 위치한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낙동강과 평행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다. 경상북도 경주와 청도,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밀양과 양산의 5개 시군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일대는 높은 봉우리들과 산줄기는 수려한 경관으로 인하여 인기있는 등산코스가 많다고 했는데 그 산들을 나열해 보면 여덟 개나 됩니다. 그것도 1천 고지 이상되는 산들만 말입니다.

 

 

가지산(迦智山), 1240m

신불산(神佛山), 1209m

천황산(天皇山), 1189m

운문산(雲門山), 1188m

재약산(載藥山), 1108m

간월산(肝月山), 1083.1m

취서산(鷲捿山)/영축산, 1059m

고헌산(高獻山), 1032.8m

 

 

 

산이 높으면 곡(谷)도 깊은 법입니다. 그래서 이 일대는 얼음골 배내골 등 유명 계곡이 있으며 파래소폭포 백연폭포가 계곡의 백미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아야 풍수를 빛내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는 말 처럼 이 일대에는 세속의 정자를 대신할 천년고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유명사찰들입니다.

 

통도사

석남사

운문사

표충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남 알프스는 내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 봐야 할 것들의 목록?)에 포함이 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 녹녹치 않다보니 차일피일한게 벌써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섰고, 지난 주에야 겨우 이곳을 다녀 올수 있었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격이었지만 대신 감회는 더 컸습니다.

 

 

 

 

무박으로 시작한 산행은 새벽 3시 배내고개 부터였습니다. 친절한 산악회 회장의 설명이 있었지만 눈도 어둡고 바깥은 더 어둬 나눠준 지도도 무용지물일 때 다행이도 앞서가는 일행의 엉덩이가 확실한 믿음이 돼 주었습니다. 그 엉덩이만 놓치지 않으면 정상까지 가는 것은 물론 일정도 잘 마무리 될 것 같아서 였습니다. 하지만 저질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마음과 눈길을 앞 선이의 엉덩이를 따라 가지만 발길은 영 아니었습니다.

 

 

이번 산행의 첫 관문이랄수 있는 능동산을 넘기까지는 50분 정도로 앞 사람 엉덩이를 잘 쫒았고, 이어 임도를 따라 걷는 길 역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 신불재까지는 그럭저럭 넘고 넘었는데- 신불산 밑에서부터는 더 이상 발길을 떼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미 산행시간이 12시간을 넘어 버렸고 이로 인해 피로가 누적돼 무릎이 말썽이 됐습니다. 걷기가 힘들 만큼 시큰 거려 신불산 오르기를 중단하고 신불재 도로를 따라 하산을 했습니다. 임도 형식으로 난 이 길은 자동차도 오르 내릴 수 있을 만큼 잘 다듬어진 도로였기에 걷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산 약속장소인 배내고개(원점 회귀산행)에 도착하니 15분 전이었습니다. 정말 빠듯한 산행을 마친 셈입니다. 오후 5시 출발 예정이었던 산악회 버스는 일부 회원들의 하산이 늦어져 30분 뒤 출발을 했습니다. 긴 정말 길고 힘들었던 무박 산행이었습니다.

 

 

 

 

 

영남 알프스 ??? 그 궁금중

 

영남 알프스-

참 이색적인 이름입니다.

스위스 알프스를 모방한 이름 같은데- 이 생각만으로는 궁금증을 다 해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앞서 위키백과에서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 내용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년전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둘러 본 알프스와는 비교 자체가 억지?라는 편견이 있어 더 그랬을 겁니다. 물론 산이라는게 높고 낮음 빼고 나고 나면 비슷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긴 합니다. 그렇다고 알프스라는 이름을 떠-억 붙인다면 지리산은 전라 히말라야가 돼야 하고 백두대간은 대한민국 로키산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렇게 따지기 보다는 이 산을 얼마나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이름을 알프스라고 했을까 라는 속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으로 다가옵니다. 못난 마누라를 연애할 땐 이쁜이라고 불렀던 내 과거를 보면 더 이해가 빨라집니다^^

 

 

 

 

 

그런데 산행 중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가 새삼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산맥이 알프스를 닮은 게 아니고 가을 철 억새가 만발한 모습이 하얀눈을 이고 있는 알프스 산과 흡사 해서 영남 알프스가 됐다는-. 개인적으로 이 생각에 동의가 갑니다. 정말 하얀 억새가 만발한 모습이 만년 묵은 빙하를 연상케 했으니까 말입니다.

 

상상이 현실이 될 때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산행 역시 상상(계획)에서 시작해 발길로 이어지는 것 아니었던가요.

영남 알프스 역시 어느 등산 애호가의 상상에서 나온 이름인듯 싶어 지금은 애착이 더 깊어 졌습니다. 늦가을 하얀 억새꽃이 스위스 알프스의 만년설과 비견할 수 있었던 그 이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 집니다.

 

 

 

 

출발부터 고행이 예고 됐던터라

 

영남 알프스 산행의 매력은 그 일정에 가지산(迦智山), 신불산(神佛山), 천황산(天皇山), 운문산(雲門山) 재약산(載藥山), 간월산(肝月山) 등 대여섯의 산을 한 코스에 등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 1회 등산에 1개의 산을 오르는게 보통인데 말입니다.

 

 

말 재미있게 하는 이들중에 ‘장화 홍련전’ ‘헨델과 그레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을 두고 ‘장화’ 전이나 ‘로미오’는 읽었는데 아직 ‘홍련’과 ‘줄리엣’은 못 읽어봤다고 하는 것 처럼 영남 알프스 종주 산행은 해 봤지만 간월산 천황산 재약산은 못 가봤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곳을 다녀오지 않은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수도 있겠지 할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영남 알프스 종주산행에는 전자의 산 이름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분노?가 치밀수도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영남 알프스가 매력으로 다가 온 계기는 이 코스를 종주하면 대 여섯 개의 산 이름을 내 산행 목록에 싸잡아 넣을 수 있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날은 일진이 좋지 않았습니다.

충남 예산 집에서 승용차로 출발, 서울서 떠나는 산악회 회원들과 산행을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나오자 마자 휴대폰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나 차를 돌렸고 또 한 참을 가다 보니 바람막이 재킷을 두고 온 것이 떠 올라 또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산행 버스도 비슷했습니다. 1진 회원들의 하차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해 한 밤중에 마을 길에서 후진해 나오느라 한 참을 애썼습니다. 일진 나쁜 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행중에 한 사람은 발목 골절상을 입어 119 헬기를 타고 하산했는가면 귀경 길에는 휴게소에 회원을 두고 떠나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어야 했습니다.

나 역시 아침부터 일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정점은 귀경길 버스 안에서 먹은 음식이 급체해 정말 사경?을 헤맬 정도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온갖 소화제를 다 먹고도 흘린 진땀이 산행 때 보다 더 많았으니까 말입니다. 휴게소 화장실서 토한 것은 지금도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산행이 고행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죽을 만큼 고생을 했어도 몸과 마음이 회복되니 다음 산행이 그리워지는 건 아마도 병이지 싶어 집니다. 내 태어난 곳이 예산이라 산과의 인연이 모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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