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가오 인근 촌 동네에 와서 한 숨 돌리고 나니
까가얀데오로에 있을 때부터 깎는다고 했다가 시간이 없어 못 잘랐던
머리카락이 생각났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부스스한게-
노숙자나 진배없어 보여 어젯밤에는 맘 먹고 이발소를 찾아 갔습니다.
낯선 동네라서 어디에 이발소가 있는지 몰라
몇 번을 물어 본 뒤에야 코딱지 만한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코딱지 만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발소에 작은 의자 하나와 거울하나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손님하고 이발사 둘만 있어도 공간이 나오지 않으니-
마침 꼬맹이 손님이 있어서 난 문밖에서 기다렸습니다.
마무리 단계라서 솔로 머리카락을 털어 내고 있었는데-
얼마나 터프하게 솔질을 해대는지 꼬마가 불편해 죽는 표정입니다.
-설마 나한테도 저럴까
싶었는데 정말 머리카락을 잘라낸 뒤 하얀 분가루를 잔뜩 묻힌
빗자루만한 솔로 내 머리와 뒷목을 무지막하게 쓸어 내리는 겁니다.
얼마나 따갑고 아픈지-
내가 인상을 쓰다가 거울을 보니 이발사 표정이 압권이었습니다.
‘씨-이’ 웃고 있는 건 그렇다고 해도
외국인이라고 봐 줄 것 같으냐는 그 아리송한 표정 말입니다.
그래도 머리를 다 깎고 나자 등을 두드리며 안마하는 시늉을 냅니다.
또 어깨도 주물러 주는데-
이건 알콜을 묻힌 손이 움직일 때마다 내 옷에 얼룩이 남는 겁니다.
내 옷에 손을 닦는 건지 안마를 하는 건지-
암튼 계산을 할 때 보니 30페소랍니다.
50페소 내고 거스름도 20페소를 다 받았습니다.
-좀 살살 했으면 내가 거스름돈을 받겠냐. 넌 팁 20페소 날린겨.
속으로 그러면서 나왔습니다.
30페소 짜리 이발, 우리 돈으로 따지면 850원 정도 하는 셈인데-
좀 거칠어서 그렇긴 해도 정말 싸긴 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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