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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구경났어 구경-

by 고향사람 2013. 3. 5.

 

 

 

구경 중에 최고는 불구경이고

두 번째는 싸움 구경이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습니다만-

아직 세 번째 구경거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세 번째를 체험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산시몬 지역에서 말입니다.

 

토요일 오후

특별히 할 일이 없었는데 산시몬 시골에서 한국인이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대충 위치를 파악한 뒤

아우와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픽업 트럭을 타고 알려준 위치를 확인하면서 산길을 올랐고,

길 옆에서 짓고 있던 교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양철 지붕에 하드블록으로 벽을 올리는 모습이

근방에서는 제일 규모있는 건물이 되지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지난해 태풍 신동으로 인해 교회가 다 날아가 버린 터라

터만 남은 곳에 교회를 재건하는 일은 한국인의 몫이 돼 있었습니다.

한국 교인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돈으로 건축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목수 일을 했다는 고희 넘은 장로님은

이 교회 재 건축을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 노력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은 물론 해외여행도 해 본 경험이 없는 노인네?가 오로지 봉사를 위해

이곳까지 날아 온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건축중인 교회는 벽 일부와 문만 달면 대충 외형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우린 사륜 구동차로 이곳까지 오는 것만도 힘들었는데-

 

교회 건축현장을 둘러 보고나서 이왕 이곳까지 온 것

주변 마을을 구경하기로 하고 산길로 6킬로 정도 더 들어 가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산시몬 보건소가까이 왔을 때 그만 뒷 바퀴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비포장 길을 달리던 중 뭔가가 걸려 빵구가 난 것입니다.

차를 도로 한쪽에 세우고 나자 금세 동네 사람들이 몰려 나옵니다.

구경 거리가 난 겁니다.

불구경도 싸움구경도 아닌 타이어 빵구 난 차 구경을 위해서 말입니다.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마을 청년들이 달려 들어

빵구난 것을 빼내고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합니다. 제법 능숙한 솜씨들입니다.

난감했던 상황이 정리되자 도와줬던 청년이 보스하면서 ‘헤헤’ 웃으며 다가옵니다.

당연히 품값을 지불했습니다. 200 페소나 말입니다.

 

정비소에서 80페소면 빵꾸 때우는 것 까지 해결이 되지만

이곳에서는 바퀴 갈아 끼우는데만 200페소가 든 겁니다.

워낙 많은 구경꾼들 때문입니다.

큰 구경났어 정말-

한가한 필리핀 시골동네서는 빵꾸난 자동차 구경도 불구경 못지 않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