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돌대가리 빠가야로 빵잇 또 뭐가 있나?

by 고향사람 2012. 8. 6.

필리핀 빌리지의 특징은 주민용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나

혹은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아이디를 게이트 가드에게 맡기고 나서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택시의 경우 운전 면허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진입이 가능하며

빌리지서 나갈 때는 트렁크 검색까지 할 정도로 규정이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좀 산다 싶은 피노이들은 거개가 빌리지 안에 생활공간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인 역시 이런 추세에 따르고 있습니다.

열흘 전, 우리도 새로운 빌리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까가얀데오로에서는 그런대로 살만한 빌리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신청한 차량용 스티커가 발급되지 않아 가드들과 눈 인사로

정문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대개의 가드는 한국인인 우리를 알아 보고 스티커 부착 여부를 떠나

인사를 하면서 바리케이트를 열어 주곤 하는데 유독 한 가드만

아이디를 맡기라고 고집을 핍니다.

-느그가 스티커 발급이 늦어져서 그러는데 뭘 맡겨.

-그럼 임시 스티커라도 발급해 주던가.

-내가 느 얼굴을 다 기억할 정도로 이 문을 자주 들락거렸는디

니는 내 차 색깔을 보고도 또 아이디 타령이냐(내차는 똥색?이라 바로 기억됨)

 

그래도 안 된다며 원칙을 따지는데- 그만 뚜껑이 열려 버렸습니다.

열흘을-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출입을 했으면 개도 알아 볼 참인데.

더군다나 우린 외국인이라서 한 번 만 봐도 기억이 될텐데-

바쁜 사람 붙들어 놓고 아이디 내 놓고 번호표 받고 들어 가라니-

내 집 들어 가는데 내가 왜 번호표를 받아야 돼

 

정말 성질이 났습니다.

그것도 무표정하게 ‘노 아이디 노 엔트런스’ 라고 써 있는

안내 문구를 턱 끝으로 가리키며 ‘너 엿먹어라’ 하는 그 표정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것 처럼 보였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태생이 충청도 촌놈이라 웬만하면 ‘알았슈’ ‘됐슈’하고 끝내곤 하는데

이 인간은 도무지 그냥 두었다가는 한국인을 우습게 알 것 같아 미리 퇴근한

외사촌 아우까지 불러들여 대판 난리를 폈습니다.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 말았지만

이 눔 뒤 끝이 얼마나 질긴지 아직도 우리차가 통과할 때는 눈을 맞추지도 않습니다.

다른 차에게는 깍듯이 거수 경례를 붙이는 녀석이 말입니다.

 

내일은 맛 난거라도 사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녀석만 빼고 다른 가드에게

나눠 줄 걸로 말입니다.

한국인도 뒤끝 좀 있다는 거- 이번 기회에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필리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다나오’의 좋은 것 하나는-  (0) 2012.08.10
사표 내면 겁내줄 아니-  (0) 2012.08.08
쇼- 쇼- 쇼- 제트스키 쇼-  (0) 2012.08.04
‘뎅기열’이 감기인줄 아는겨  (0) 2012.08.03
황금을 찾아서-  (0)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