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가족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피노이 많아

by 고향사람 2012. 2. 15.

함께 일하는 피노이들을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자아 희생’의 모습을 볼 때 입니다.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면- 혹은 가족이 잘 살수 있다면-

나 하나쯤은 희생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그것입니다.

 

피노이들은 가족 수가 많습니다.

자녀가 다섯 정도인 경우는 보통이고 많은 이는 12-15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부자(富者) 소리 듣기는 상상도 할 수 없고

그냥 부자(夫子) 사이로 만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 집안을 위해 헌신을 더 해야 하는 필요조건이 됩니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족이 잘 살수만 있다면 한 건?하는 것도 마다치 않습니다.

한국 돈 1-2백 만원에 청부 살인을 마다 않고

특정인을 상대로한 강도와 물품을 실은 트럭을 강탈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피노이들의 진정한 자아희생은 평생을 노동하며

그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입니다.

배움도 결혼도 마다한채 남의 집 종살이를 하며 받는 월급을

집으로 송금해 가족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인력 송출이 제일 많은 나라가 필리핀이고

필리핀 외화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이들이 송금하는 달러라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서 일하는 가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44살인 이 친구는 중동의 두바이에서 8년 일한 것을 비롯

은행과 일반 회사를 두루 거치며 별별 일을 다 했다고 합니다.

이런 덕분에 자신의 부모는 물론 형과 두 명의 동생이 공부를 하고

결혼을 했으며 사촌까지도 자신이 공부 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떠돌이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은 변변한 학력도

기술도 없이 마흔넷 나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혼은 안하냐고 물었더니 신의 뜻이라고만 말합니다.

-네 뜻이지 뭔 신의 뜻이냐고 딴지 걸고 싶었지만

심각한 그의 얼굴을 대하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애인은 있냐고 재차 묻자 성경을 가르키며 그게 애인이랍니다.

-난 성경책이 서너권 되니 애인도 서너명이게

역시 말로는 꺼내지 못했습니다.

 

인상 좋고 맘은 더 좋고-

이런 피노이 가드가 옆에 있어 좋지만 그의 삶을 반추해 보면

그저 가슴이 짠해집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 같아섭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나를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정신이

가득 넘쳐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