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까가얀데오로 시내에서 유명한 스테이크집서
가장 비싼 고기를 썰었습니다.
파인애플을 먹여 키운 어린 소를 잡아 그 중 가장 맛난 부위로 만든
스테이크였습니다.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칼로 썰기보다는 포크로 헤집으면
살점이 분리될 만큼 연하고 먹음직했습니다.
입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씹기 보다는 그대로 살살 녹여 먹는 맛이 났으니 말입니다.
모처럼 이런 호사를 누린 이유는 바로 아버님 덕이었습니다.
어제가 아버님 일곱 번째 기일인 까닭이었습니다.
아버님 제삿날에 웬 스테이크??? 하면 이유가 궁색해지지만
변명은 여러 가지를 댈 수가 있습니다.
매년 아버님 기일이 돌아오면 그날은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생전의 아버님께 불효한 것을 조금이라도 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외국에 나와 살다보니 생전의 아버님이 더 그리워서
매년 그렇게 추모하는 정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종일 밥을 굶으니 함께 일하는 아우가 되레 걱정입니다.
출장도 걸려 있고 사무실일도 밀려 있는데 밥까지 굶고 어찌 일하겠냐며 말입니다.
더운 나라서 밥 굶고 있으면 몸 축난다며 은근히 난리입니다.
평소 말 많은 내가 종일 입 다물고 있자니 아우가 더 답답했나 봅니다.
그렇게 해가 지고 나서 저녁을 먹게 됐습니다.
외사촌 아우가 그럽니다. 고모부 기일에 금식한 형을 위해 저녁을 사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나를 데려간 곳이 시내에서 제일 유명한 고깃집이었습니다.
덕분에 파인애플을 먹여 키운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게 됐습니다.
배고프던 차에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는지-
접시를 다 비우고 트림을 하다보니 그새 깜박했던 아버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아버님 감사합니다’는 인사가 나왔습니다.
돌아 가셔서도 못 난 아들에게 스테이크를 먹이시는 아버님이셨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늘 만나게 되는 아버님-
생전에 스테이크 한 번 대접하지 못한 게 자꾸 죄송스러워집니다.
난 언제나 사람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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