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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이런 녀석은 짤라야 겠죠???

by 고향사람 2011. 1. 18.

올해 서른 여섯살이 된 ‘보봉’은 우리 집 운전기사랍니다.

인물 좋고 입담도 좋아 어디서든지 잘 어울리는 게 여자도 많이 건드렸을 타입니다^^

그런 녀석과 일하다 보니 서로가 장난도 자주치게 됩니다.

 

얼마 전 한국서 그랜드 카니발을 가져 왔는데-

민다나오 발렌시아 근처서는 찾아보기 힘든 차가 됐습니다.

그만큼 각종 옵션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트럭운전만 7년을 했다는 운전기사 보봉이 이 차를 보더니 입이 벌어졌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생전 처음 오토매틱 차를 운전 해 보는데다가

운전사 체형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트며

후방 카메라에 비오는 양에 따라 움직임이 가감되는 와이퍼.

운전석과 뒷좌석에 비치돼 있는 디브디 화면, 듀얼 에어컨 등등

여기에다가 음성까지 지원이 되니 차만 타면 한동안 정신없어 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타고난 솜씨가 좋은 탓에 금세 익숙해 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됐습니다.

녀석 모르게 슬쩍 시트를 달구는 스위치를 켜 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운전에 열중하던 녀석이 자꾸만 엉덩이를 들썩 거리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이마의 땀을 훔치는가 싶더니 에어컨 스위치를 자꾸 올려댑니다.

 

모른체하고 물었습니다.

어디 아프냐고 말입니다.

우물쭈물하며 대답도 잘 못하는 것을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열선 스위치를 꺼주고 사실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엉덩이가 화끈 거린 이유를 알고는 따라 웃습니다.

자기는 엔진이 과열된 게 아닌지 걱정했다면서 말입니다.

 

이후 운전하는 녀석을 두고 조수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다보면

갑자기 내 의자가 뜨끈뜨끈 해지는 겁니다.

그렇잖아도 더워 죽겠는 필리핀에서 의자까지 뜨거우니 도무지 잠을 청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주위를 둘러 보다 보면 기사녀석이 낄낄 거리고 있습니다.

 

녀석이 내 시트 열선 스위치를 켜 놓은 겁니다.

그러지 말라고 주위를 줘도 내가 잠들만 하면 꼭 장난을 치는 겁니다.

인과응보라 할 수도 없고-

은근히 짜증이 나는데 이런 녀석은 짤라 버리는게 낫겠지요^^

운전 잘하고 솜씨 좋은 게 아깝기는 한데-

암튼 내일도 그러면 바로 짤라 버릴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