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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우와 내가 찰떡 궁합인 까닭은-

by 고향사람 2010. 10. 14.

지금 함께 사는 외사촌 아우와 나는 ‘찰떡궁합’입니다.

남녀간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과의 궁합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궁합 안맞는 이들끼리 살다보면 상생(相生)이 아닌 상극(相剋), 즉 충돌이 빈번해집니다.

 

이런 차원에서 아우와 나를 비교해 보면 정말 잘 맞는 궁합니다.

아우는 철저한 베지테리언입니다. 채식주의자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 피망 마늘 파는 절대 먹지 않습니다.

국이나 반찬에 양파와 파가 가늘게 들어 있어도 그걸 다 찾아 빼 놓고 먹습니다.

 

혹여 입안에 들어갔을 경우도 얼마나 잘 찾아 밷어 내는지

우리가 입에 든 머리카락 골라내 듯 일 정도입니다.

반면 나는 양파 마늘은 생것 익은 것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피망도 된장에 푹푹 찍어 맛나게 먹습니다.

아우가 건져 내 놓는 건 다 내차지일 정도입니다.

 

또 철저한 베지테리언인 아우는 일식집에서 튀김 우동을 시키면

그 위에 고명으로 얹어 나오는 튀김새우도 못 먹어 다 내 차지가 됩니다.

낯선 음식을 시켰다가 고깃국물이나 햄 종류가 섞여 있으면 그것 역시 내 차지입니다.

난 육해공군 안 가리고 다 잘 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며칠전에는 까가얀에 있는 한국 마트에 갔더니 보기 힘든 더덕짱아치가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워 한 봉지 사들고 왔습니다. 가격도 매웠?지만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집에 오자마자 아우와 내가 한 개씩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순간 아우는 젓갈 양념이 들었다며 밷어 냈고-.

 

이후 그 더덕짱아치는 다 내 차지가 됐습니다.

음식 궁합 잘 맞는 아우와 살다보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나저나 오신채(五辛菜)를 안 먹는 우리 아우.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득도하는 거 아닌지 은근히 걱정입니다.

처자식에 형인 나까지 다 버리고 산으로 들어갈까 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