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염치도 이 정도면 ‘빠따이’ 감이지

by 고향사람 2010. 10. 11.

오늘 아침 산책을 하려고 신발을 꺼내 드는 순간

그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가볍고 질기고 편하다는 신발 ‘크록스’인데 말입니다.

 

순간 빌리저나 아떼들이 내 신을 신고 흙길을 다녀 밑창에

황토가 잔뜩 묻어 있거니 싶어졌습니다.

-밑창을 들여다 봐도 말끔했습니다.

하기사 어저께 산 새 신인데 주인 몰래 그 신을 신고 다닐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발 안쪽을 살펴보았습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어른 주먹 두 개를 합친 것 보다 더 큰

왕두꺼비가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겁니다.

신발장이 외부에 있어 비도 맞고 햇볕도 날마다 들긴 하지만

두꺼비가 내 신발 속에 들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난감했지만 내 신발에서 푹 쉬라고 다른 한쪽으로 햇볕까지 가려주고

난 다른 신발을 신고 산책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햇볕도 강해 두꺼비를 숲속에 풀어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신발을 꺼내 들었는데 이번에는 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습니다.

두꺼비가 내 신발 속에서 오줌을 싼 겁니다.

 

이런 염치없는 놈 같으니-

새로 산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비싼 신발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발장에는 다른 신들도 잔뜩 있었는데 이 놈이 어찌 비싼 새 신발을 알고

그 안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 정도면 염치불구를 떠나 응큼하기가 내 젊었을 때 여자 보던 눈 보다 더 심합니다.

결국 집안 식구들에게 이 염치없는 녀석 몰골을 다 공개하고 숲속에 방면해 줬습니다.

예로부터 두꺼비가 들어오면 복도 함께 들어온다고 했는데-

녀석이 내 신발속까지 들어 왔으니 오늘은 복권이라도 한 장 사야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일 생기면 그게 다 두꺼비 덕???

필리핀에서도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렇게 믿고 웃으며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