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는 인근에 사는 한인 대학생들을 초청해서 함께 국수를 끓여 먹었습니다.
한국 식품점에서 사온 소면을 삶고 묵은 김치를 잘게 썰어 양념을 한 고명을
얹어 먹는 김치국수 맛은 의외로 놀라^^웠습니다.
고향 맛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식후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즉석 사진도 찍어 교환하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는데, 이 때 조카머리를 손질해 주던
한 여학생이 ‘괴성’을 질러 댔습니다.
조카의 긴 머리카락에서 ‘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호들갑이 이어지면서 주변에 있던 눈 밝은 여학생들이 다 달려들며
머릿니 수색?에 들어 갔습니다.
연이어 들리는 소리만큼이나 머릿니와 서캐 숫자도 늘었습니다.
놀랍게도 예닐곱 마리의 머릿니와 수 십개의 서캐를 찾아 낸 이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생각지 못한 일을 겪고 나니 제수씨도 어이가 없나 봅니다.
금세 자기 머리도 여학생들에게 들이밀며 확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머리카락에서도 서캐가 발견이 됐습니다.
조카가 필리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 날 저녁 당장 시내로 내려가 중국가게에서 이미테이션? 참빗을 사고
이를 죽이는 샴푸도 사왔습니다.(필리핀에는 이를 죽이는 샴푸가 있습니다)
식구 모두가 참빗으로 머리를 빗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샴푸도 했습니다.
수건을 같이 써도 옮긴다는 말에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
나만 자꾸 미소가 떠 오릅니다.
어릴 때 겨울 밤이면 엄니가 내복을 다 벗겨내 보리 만큼한 이를 잡아
손톱으로 ‘톡톡’ 눌러 죽이던 추억이 생각나서입니다.
세월을 역주행한 것 같은 일들이 자꾸 튀어 나오는 필리핀 생활-.
그래서 더 정이 드는 것 같습니다.
비록 성가신 머릿니일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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